한국일보

[여성의창] 배수빈 ㅣ 동남아의 새해

2015-04-1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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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20년지기 친구와 단둘이서 태국의 방콕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미국과 한국에 떨어져 살면서 마음과는 달리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었기에 이번 아시아 출장길을 빌려 서울과 말레이지아에서 각자 바쁜 한주를 마무리하고는 짧은 여정이나마 함께 추억을 만들고자 무리수를 낸것이다.

우연찮게도 4월 중순에 시작하는 태국 최대의 명절인 송크란이 겹쳐져진 데다가 태국의 공주 마하 짜크리 시린톤의60번째 생일이 월초에 있어서 태국인들은 경사스러운 4월을축하한다며 고향과 가족을 찾아 일찌감치 도시를 비웠다. 덕분에 악명높은 방콕 시내의 교통체증을 다행히도 피해갈 수있었고, 거리 곳곳에서 명절준비로 바쁜 조금은 색다른 여행자의 천국 태국을 경험할 수 있었다.

금요일 저녁 늦게 도착해서 짐만 내려놓은 후 다음날 아침 일찍이 태국의 마사지를 받으며 여독을 풀고 한국의 남대문 시장을 연상시키는 짜뚜짝 주말시장엘 구경삼아 나가보았다. 일년중 가장 덥다는 태국의 사월에 자리한 새해 명절의 전통이 낯선 행인에게까지 서로 물을 뿌려대며 옛것을씻어버리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라고 한다. 시장에서 돌아다니다가 부지불식간에 물벼락을 맞을 수 있기에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사람, 플라스틱 지갑커버로 귀중품을보호하며 다니는 사람, 혹은 커다란 물총을 지니고서는 혹시모를 공격에 나름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람들까지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시장통의 큰 거리에서는 물통을 뒷칸에 실고 커다랗게 음악을 틀어대는 트럭들이경찰관의 호위 속에 천천히 움직이며 행인들을 향해 물총을난사하면서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미얀마의 띤잔, 캄보디아의 촐츠남, 라오스의 삐마이 등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국가 최대의 명절로 사월의새해를 축하하고 반기며 송크란의 전통을 공유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태국 입국시에 이민국에는 외국인과 내국인 구분에더해져서 아세안 (ASEAN) 데스크가 따로 있는 걸 보고는 동남아 국가들의 연합이 견고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던기억이 났다. 근 이십년전 싱가폴에 처음 출장을 가면서 난생 처음 동남아시아 문화에 눈을 뜨게 된 이후, 그때와는 또다르게 너무나도 커져버린 그들의 경제력과 문화력에 새삼글로벌 지구의 파워를 느끼고 온 주말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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