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끼리 서로의 머리를 뚜껑 열듯이 보여줄 수 없는 게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의사 소통 문제 때문에 연인, 자매, 형제, 부녀, 부자, 친구끼리 피 터지도록 싸우는 게 일도 아니지 않은가.
내가 별뜻없이 던진 말 속에 무슨 그렇게 많은 의미가 들어 있었는지 기분 상해 하는 사람들이나,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진심인지 아닌지 걱정하는 내 자신이나, 아무튼 모두가 별 게 아닌 걸 가지고 골치 아파해야 하는 게 난 싫다. 말의 힘, 가끔씩 예상하지 못하는 그 힘이 지겹다.
일이나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업중 에 학생 두 명이 요지는 똑같은 답변을 하는데, 두 답 중에 더 잘 포장된 설명이 선호되는 것을 볼 때마다 놀랍고 답답하다. 두 학생들의 현명함은 비슷할 만한데, 사회에서 성공할 사람은 이 둘중에 답을 더 멋있게, 센스있게 한 이다. 오죽하면 취직하려는 이들이 “communication skill”을 이력서에 적겠는가.
직장에서 사람들이 발표를 할 때를 떠올리기만 해도 의사 소통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만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실력의 한 종류란 말이다.
나를 아는 지인들이 이 글을 읽으면 뒤집어질거다. 나와 친한 사람들은 내가 조용하고 말을 많이 하는 걸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아마 개인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치자. 이 불만을 계속 늘어놓자면, 진심이 들어있든 없든 단어를 잘 쓴다는 이유로 사람관계와 개인의 성공이 엇갈릴 수 있는 게 속상하다. 하지만 아무리 속상한들 벙어리로 사는 건 참 도움없는 대책이고, 나 역시 사회에서 살아남을려면 의사소통을 잘 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게 현실이다.
어쩔수 없이 말을 ‘잘’ 하는것을 배워가며 난 지켜본다. 말을 조심스럽게, 솔직하게 쓰는 사람들을 찾는다.
남의 말을 자신이 선호하는 대로 거절하거나 오해하지 않고 그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을 찾는다. 그만큼 말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는 이를 지켜본다. 그리고 나 또한 이러한 사람이 되도록 애쓴다. 말을 이용해야만 하는 사회 속에서 그 힘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결국 선하게 말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