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음악박사>
1750년 음악의 아버지 바흐가 세상을 떠난 그때쯤, 음악은 바로크시대를 지나 고전시대로 이어진다. 그때 두 작곡자가 등장하는데, 설명이 필요치 않은 모차르트와 베토벤이다. 둘은 같은 때 (고전파), 같은 동네(비인) 에 살았고, 누구보다 소설 같은 삶은 살아, 많은 같은 점을 갖고 있지만 음악을 바라보는 마음은 매우 달라서 뒤이어 오는 후배 작곡자들에게 각기 다른 작곡정신을 남긴다.
모차르트는? 그의 음악은 쉽다. 화성은 단순하고, 선율은 아름답다. 음악의 모든 것은 길지도 짧지도 않아, 음을 낭비하지 않는다. 넘치지 않는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인가! 감정 표현은 어떨까? 경제적으로 힘겨운 생활, 인정받지 못하는 천재의 깊은 슬픔에도 그의 음악에는 삶에 찌든 흔적이 없고 또 그것을 극복하려는 고뇌도 없다. 빠른 음악에서는 늘 아이와 같이 경쾌하고 유쾌하며, 느린 음악에서조차
도 슬픈 듯 하면 여지없이 따뜻한 희망의 빛이 비추어온다.
마치 옆에서 끝없이 행복을 재잘대는 피터팬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그렇다, 그는 음악에서 자신의 감정을 노래하지 않는다. 그의 유일한 목표는 음악자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혹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는 중에 느끼는 기쁨, 슬픔, 그리움 같은 느낌은 뭐예요" 하고 물으신다면, 그 답은 절대감정이다. 모차르트의 감정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객관적인 감정 말이다, 음악에는 그것이 숨겨져 있다.
반면 베토벤은 어떨까?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을 들어보자. 그저 단순한 네 음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시작하자 마자 빠르게 반복되는 리듬과 함께 깊은 흥분으로 달려간다. 화성은 복잡하지는 않으나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결된 화성으로 하여, 듣는 이에게 잠시의 쉼도 허락 치 않는다. 마치 베토벤이 운명은 이런 것이라고 사자후를 토해내는 것 같다! 느린 악장은 또 어떤가?
슬픈 멜로디는 깊은 시름에 잠겨 안식을 요구하다, 갑자기 격정을 향하여 치솟는다. 춤곡에서 빌려온 3악장의 미뉴엣은, 그의 터질 것 같은 감정을 닮은 빠르고 격렬한 스케르쪼로 대치된다. 그는 소리쳐 외쳤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는 열정, 격정, 정열, 그리고 환희를. 베토벤은 음악을 통해 듣는 이들에게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객관적인 감정을 표현하려던 모차르트, 주관적인 베토벤, 누가 더 음악 앞에서 옳은 것일까? 답을 얻기 전에, 먼저 그들을 만나 보자. 그런데 모차르트는 피터팬을, 베토벤은 인간에게 불을 훔쳐 주어 가혹한 형벌을 받고 있는 프로메테우스를 꼭 닮은 것 같지 않은가! 아래에 만날 수 있는 기호를 남기고 간다.
Symphony No. 5 in C minor Beethoven
Eine Kleine Nachtmusik, K.525 Moz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