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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차별하는 악법, 아니면 기독교 박해?”

2015-04-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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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마 위에 오른 인디애나주 종교자유법(RFRA)

법안 지지자들 “논란 피해자는 기독교인”
양심 선언한 피자가게 비난 뭇매에 문 닫아
연방법과 유사, 20여개 주에서 이미 제정
“결국 문화·헤게모니 전쟁” 각성 촉구도

인디애나주가 얼마 전 통과시킨 ‘종교자유법(Relious Freedom Restoration Act·RFRA)’은 동성애자들을 차별하는 악법인가?
지난 달 27일 마크 펜스 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하자 미국사회가 들끓고 있다. 언론과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펜스 주지사는 결국 닷새 만에 법을 고치기로 약속했다.
불똥은 인디애나주에 그치지 않고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키려던 알칸소주로도 튀었다. 그러나 애사 허친슨 주지사는 인디애나 주지사와는 달리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수정안을 내도록 법안을 의회로 돌려보냈다”고 발표했다. 매를 맞기 전에 먼저 항복한 것이다.
도대체 이 법안의 내용이 뭐길래 이처럼 동성애자들을 포함한 반대 세력들이 분노를 표시하는 걸까?
일부 언론이 설명하는 바에 의하면 이 법안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슬람 같은 타 종교, 게이나 레즈비언 같은 다른 성향의 사람들에게 어떠한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호텔 같은 서비스 업소, 성당이나 교회도 이들의 결혼식을 거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꽃집이나 케잌을 만들어 파는 업소는 손님이 동성애자란 이유로 꽃을 팔지 않거나 케잌을 만들어 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보수 기독교인이나 논객들은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법률 해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인디애나주에 앞서 20여개의 주들이 유사한 법률을 이미 통과시켰고 1993년 테드 케네디, 척 슈머 등 민주당 연방상원의원들이 발의하고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서명한 연방법과도 거의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인디애나주 종교자유법을 근거 없이 공격하고 있으며 오히려 종교인들이 양심과 신앙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크게 침해하는 압박이라는 논지다.
법안 지지 그룹에는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연방상원의원, 스캇 워커 위스칸신 주지사,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 다수 보수 정치인들이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정부는 한 개인(person)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으며 침해 하더라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한의 피해를 주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연방법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다만 틀린 것은 ‘개인(person)’에 대한 정의. 7항은 사람 외에 ‘교회 및 기업(limited liability company)’ 등을 더 열거 했고 9항에서는 ‘종교 자유를 침해당했거나 그럴 위험이 있을 때 소송(claim)을 제기하거나 변호(defense)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종교인들의 권리 보장에 대한 연방법의 모호한 조항을 분명하게 정리한 것이다.
문제는 이 조항이 동성애자 등 특정 종교가 반대하는 성향을 가진 손님에게 업주가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거절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RFRA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법안은 업주에게 차별적 서비스 권한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동성애자 결혼식장에 꽃을 장식하거나 케잌을 만들어 배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양심에 위반된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으며 법정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보장할 뿐이라고 설명한다. 즉 동성애자가 꽃가게나 음식점, 호텔 등을 찾아와 서비스를 요구했을 때 그것이 일반인들이 요구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면 거절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더 나아가 법안은 무조건 법원이 종교인들의 주장을 인정해준 것이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재천명한 정도이기 때문에 판결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지자들은 보고 있다.
며칠 전 인디애나주의 한 TV 방송 기자가 워커튼 지역의 조그마한 피자 가게를 찾아가 “동성애자에게 서비스를 해주겠느냐”고 물었다. 카운터에 있던 여성은 “피자를 사가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결혼식에 배달해 주는 것은 안 하겠다”고 대답했다. 인터뷰 이후 그 가게는 방송과 트위터 등을 통해 퍼부어진 각종 비난과 욕설 때문에 문을 닫아야 했다.
반대로 미시간주 디어본에 소재한 한 모슬렘 소유 제과점이 결혼식에 쓸 케잌을 요구한 동성애자에게 서비스를 거절했을 때는 어디에서도 분노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자신의 종교를 조롱하는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테러를 가하는 모슬렘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안 지지자들은 이번 논란은 동성애자들이나 종교인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문화 전쟁이요, 미국사회의 여론을 주도하기 위한 헤게모니 싸움’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 전쟁에서 기독교인들이 유일한 타겟이 되고 있다며 점점 옥죄어 오는 반기독교적 세력을 적극 대항하려는 노력과 연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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