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버클리 학생들에게 1주일간의 봄방학이 주어졌다. 그런 것 같다. 학기 시작할 때는 봄 방학 때 어떻게 쉴지 고민하며, 한 학기의 반을 꾸역꾸역 참아내며 이겨내고, 봄방학이 끝나면, 기말고사를 본 뒤 생길 긴 방학을 생각하며 또 수업을 참아내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방학은 왜 있는 것일까? 힘들었던 학생들을 위해 휴식을 주기 위해서? 난 이번 봄방학을 이용하여 많은 바닷가를 다녀왔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2달도 남지 않은 지금, 이 뜨거운 캘리포니아 햇살을 받으며 드넓은 바다를 볼 일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다.
바다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낮에 보는 바다는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면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뒤섞여 기분좋은 풍경을 연출하고, 밤바다는 수 많은 별빛 아래 또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움 이외에 바다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태양을 품고 있는 그 드넓은 바다는 광활하지만, 바다에 비해 내 자신이 너무 작게 느껴진다.
자연 앞에 서있는 인간의 초라함이랄까? 인간은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나무를 베고 그 자리에 건물을 세우고 끝없는 개발을 하지만, 그래도 자연과 비교해보면 너무 작다.
로드트립을 할 때 본 그 끝없는 나무들과 초원 그리고 그 바다를 보면. 그 바다 앞에서 이번엔 소리지르며 답답함을 털어내기도 하고,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방학이니 미래를 생각하기도 했다. 바다를 보니 ‘이 큰 세상에 나와 비슷한 아픔과 고민을 가진 사람이 나뿐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를 해야 할까? 더 나아가기 전에 멈추어야 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정말 왜 하고 싶니?라고 묻는다면, 난 연기를 통해 나의 아픔을 승화시키려고 한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1차적으로는 나의 상처와 고통을 승화시키는 통로로서 2차적으로는 이렇게 승화된 연기가 나의 아픔이 담겨 있는 진정성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통로가 되기를 빌며라고 얘기하고 싶다. 어쩌면 연기자란 다른 직업과 다르게 직업에 있어선 이기적이어도 되는 것 같다.
물론 공연을 할 때는 무대 뒤에서 일해주는 사람들과 공연을 만들어가기에 다른 것이지만, 연기란 지극히 나만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만의 내면적인 추구에서 외부를 향한 소통. 상처를 뛰어넘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때 내 아픔이 가시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