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카밀정 ㅣ 바람직하고 통쾌한 드문 예

2015-03-27 (금) 12:00:00
크게 작게
며칠전부터 각 대학들이 입학허가 여부를 학생들에게 통보해주고 있다. 어떤 학생은 여러 대학의 허가를 받아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어떤 학생은 대기 리스트에 올랐다며 불안해하고, 어떤 부모는 아직 한군데서도 아이의 입학허가를 못 받았다고 초조해했다.

그중 독립심과 개성이 유난히 강하고 튜터링도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그 아이는 고등학교 4년 중 1년간은 사고로 인해 학교출석도 못했고 온라인으로 몇몇 수업들을 끝내야 했기에 내신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 SAT점수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에세이에서 본인이 겪은 특별한 경험들과 자신이 잘하는 사진촬영 능력을 어필하라고 조언했다.

그 아이가 찍어놓은 사진 블로그를 보니 사진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찍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실력이었다. 성격도 꾸밈이 없고 자존심도 세서 미국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어머니가 고쳐준 에세이를 마다하고 본인이 쓴 것을 지원대학에 보냈다. 좋지 않은 내신성적 때문에 아이나 부모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원하던 UCLA와 Brooks Institute로부터 입학통지서를 받은 것이다. 그 두 학교가 내신이나 대입시험점수보단 학생의 대단한 사진 실력과 남들과 다른 경험, 개성있고 솔직한 에세이에 중점을 둔 것 같다. 바람직하고 통쾌한 예외 케이스이다. 반면 내신성적도 아주 좋고 리더십도 좋은 학생, 아이의 보충수업, 특별활동을 엄마가 알아서 찾아준 학생은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에 지원했으나 합격통보가 온 곳은 UCLA, 그것도 대기 리스트였다.

이처럼 공부는 아이 스스로 해야 하고 대입준비정보도 스스로 찾고 방법을 모색해야 좋은 결과를 낳는 것 같다. 특별활동이나 전공도 스스로 결정하며 학생 자신이 정말 가고 싶은 대학을 택할 때, 대입 에세이도 면접 인터뷰도 본인이 잘해낼 때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대학은 부모가 잘 포장한 아이를 뽑는 것이 아니라 기대와 열정을 갖고 스스로 동기부여가 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다. 대학은 그런 아이들이 장차 학교를 빛낼 재목이라고 믿는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