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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부동산 시장 ‘큰 손’ 아줌마부대 몰려온다

2015-03-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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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분양 13가구 한꺼번에 계약 소형아파트 매물도 싹쓸이

▶ 여유자금 재테크 나선‘리치우먼’부동산 자산 비중 공격적 확대

수도권 부동산 시장 ‘큰 손’ 아줌마부대 몰려온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부유층 여성들이 큰 손으로 부각하고 있다. 업계도 이들 여성을 상대로 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 서울 강남에서 알아주는 자산가인 여성 이모씨는 최근 위례신도시 내 A 아파트 미분양분을 한꺼번에 13가구나 계약했다.

이 아파트의 한 채당 분양가는 8억5,000만원. 무려 110억여원을 한 번에 베팅한 것이다. 그가 이처럼 통 큰 결정을 내린 것은 저금리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뭉칫돈을 은행에 넣어두기보다 인기지역 아파트를 대량으로 사서 시세 차익 및 임대 수익을 거두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최근 고양시 행신동에는 일명 아줌마 부대가 몰려와 일부 소형 아파트 매물을 싹쓸이해 갔다.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소형 아파트에 투자해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3~5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그룹부터 30여명 이상의 대규모 부대까지 규모는 다양했다.

금융자산만 5억원 이상 보유한 김씨도 당시 행신동에 위치한 소형 아파트 3채를 한 번에 구입했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다 보니 부동산에 투자해 돈을 벌어보려는 아줌마들이 모여 투자 설명회를 다닌다”며 “대부분 한 지역에 소형 아파트 1~2채, 많으면 5채 이상을 사서 임대를 놓는다”고 말했다.

1%대 금리시대를 맞아 여유자금을 손에 쥔 ‘리치우먼‘(rich woman)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더 이상 은행이자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가정의 경제권을 쥔 여성들이 부동산 재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불었던 ‘복부인 열풍’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0일 고액 자산가 담당 프라이빗 뱅커(PB)와 일선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 리치우먼들의 투자자금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 투자 문의로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 중 70~80%가 여성일 정도. 방문 여성의 숫자나 빈도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여성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비중 높아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자산관리를 주로 담당하는 여성들이 포트폴리오를 짤 때 부동산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이 예전만 못하다 하더라도 1~2%의 예금금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치우먼들의 투자는 위례 신도시나 서울 마곡지구, 광교 신도시 등 신규 택지지구나 이미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서울 도심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지난 1월 광교 신도시에서 분양한 ‘광교 힐스테이트 오피스텔’의 경우 인근 지역 아줌마 부대가 주변 지인과 가족을 동원해 대거 청약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람당 최대 3개씩 청약이 가능한 점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인원을 동원,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펼친 것이다.

서울 마곡지구에서도 리치우먼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양천구 목동지역의 여성들이 모임을 결성해 분양권 거래목적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던가 하면 부산 광역시 등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단체 투자관광을 오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이 지역 K공인 관계자는 “지방에서 올라온 중년 여성 한 분은 청라·미사·위례 등 신도시와 관련된 투자정보를 빽빽하게 적은 노트를 들고 방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중대형보다는 소형·다가구 주택에 더 관심

리치우먼들의 투자성향을 보면 중대형 아파트보다는 소형 아파트나 다가구 주택에 관심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과거 중대형 아파트 투자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데다 최근 가격이 저렴하고 수요가 높은 소형 매물의 투자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큰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는 1,000만~2,000만원의 시세 차익과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구입한 주택의 시세 차익을 모두 합치면 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2013년 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가 폐지되면서 세금부담이 줄어든 것도 투자를 부추기는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WM 전략부 센터장은 “리치우먼들은 전세난의 영향으로 상당수 세입자들이 서울 근교에 위치한 다가구나 소형 주택으로 옮겨가는 현상에도 주목하고 있다”며 “전월세 시장동향과 임대 수익률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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