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양현진 ㅣ연습의 중요성
2015-03-18 (수) 12:00:00
지난주 일요일에 ‘위플래쉬’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미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최고가 되고 싶은 학생과 거의 폭력적으로 학생들을 밀어붙이고 가르치는 선생님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나 역시 고등학교때 드럼과 타악기를 연주했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하며 상영을 시작했다.
영화 자체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영화 내내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어떻게 고등학교때 실력부족 때문에 겪었던 감정이 이렇게 한꺼번에 돌아올 수 있을까. 나는 특출나는 학생도 아니었고, 내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죽도록 연습하지도 않았다. 내 자신의 부족함에 크게 절망하지 않았으나, 열등감을 제일 깊게 느낀 순간들은 모두 학교 음악 선생님이 나에 대한 비평을 했을 때였다. 그냥 감정에 휘말려 던지는 말들이었다면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열등감과 실패감은 선생님의 너무도 명확한 비평 때문에 내게 더 뚜렷하게 다가왔다.
제일 기억에 남는 수업은 밴드부 내 내가 원하는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레슨을 받고 연습을 하고 있는 때였다. 오디션이 다가오면서 음악 선생님은 계속 밴드부에 모집할 학생들을 지켜보셨고, 수업중에 계속 새로운 과제를 선보이셨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는 확신이 생겨서 난 옆에 있는 친구들과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서서히 째려보기 시작했지만, 난 내가 충분히 연습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마다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가면서 선생님이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셨다.
“수업중에 놀기나 하면서 밴드부에 합격할 생각이냐?” 화가 먼저 올라왔다. 난 분명히 연습해야 할 부분들을 꾸준히 보았고, 지금 연습하자면 반복적 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네 옆에서 계속 열심히 연습하는 애들도 다 알건 알아. 얼마나 구별되는지 모르지? 넌 이래서 안되는 거야.” 아. 얼굴이 붉어졌다. 망신당함과 함께 내 자신이 참 작게 느껴졌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끝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고등학교 졸업까지 난 흐지부지하게 음악 수업을 빠져나오고 말았다.
영화를 보면서, 그때 듣기 싫었던 말들이 참 귀하게 느껴졌다. 선생님은 기분 상하는 것 정도는 감수하고 조금은 심할 수 있는 말로 노력의 중요성을 전하셨다. 가르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시기에 참 좋은 스승을 만난 셈이었다. 그럼 지금은? 지금도 귀한 조언들을 놓쳐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