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시각] 우윤미 ㅣ즐거운 상상
2015-03-06 (금) 12:00:00
나는 어릴 적부터 무언가를 빨리 이루고 싶을 때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고는 했다. 예를 들어 지겨운 학교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서 쉬고 싶을 때 사람들로 가득 찬 만원 버스 안에서 집에서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 나를 상상하는 것이다. 그런 상상을 하다 보면 지옥버스는 더 이상 지옥버스가 아닌 낙원으로 가는 버스로 변해 있는 것이었고 어느새 나는 집에 와 있었다. 그러므로 학교에 있는 것이 또 버스를 타는 것이 별로 힘들지 않았고 그 시간은 거짓말처럼 눈깜짝할 사이에 흘러가곤 했다. 그런 상상을 하는 습관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줄곧 나는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마다 이 시기를 이겨내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나를 떠올린다. 그러면 어김없이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 나는 내 상상 속의 내가 되어 있곤 한다.
이것을 의학에서는 ‘자기 최면’ 혹은 ‘자기 암시’라고 한다고 한다. ‘자기 최면’을 걸면 고통을 조금이라도 잊을 수 있고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 주어 의학에서 치료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나 혼자만의 방법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즐거운 상상을 통해 고통을 잊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겸연쩍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즐거운 상상은 우리를 고통에서 벗어나게도 행복하게도 해 준다. 즐거운 상상은 긍정적인 생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말하는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의 태도와 “물이 반이나 남았네”의 태도로 비관적인 삶의 태도와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비교한다.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행복감을 더 많이 느끼며 성공할 확률도 높다고 하니 즐거운 상상이 주는 효과는 참으로 놀라운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고 어려운 일을 겪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든 돈 문제든 무엇인가는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이 사회에서 사는 이상 이런 문제와 걱정들로부터 벗어날 길은 없어 보인다. 요즘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힐링’과 관련된 상품과 TV 프로그램은 우리의 이런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걱정을 피해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숨어버린 옛 선비처럼 세상을 떠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겠으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리고 자연으로 훌훌 날아갈 수 있을까?
만약 그러할 수 없다면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를 즐거운 상상으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꽉꽉 들어찬 만원 버스 안에서는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잘 풀리지 않는 일은 모든 일을 다 해결하고 난 후의 상황을,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기차를 탔다면 터널을 뚫고 나와 한 줄기 빛을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밀려오는 걱정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오늘도 나는 즐거운 상상으로 극복해 보려고 한다. 스트레스야,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