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타임 시작을 한 주 앞두고 하늘을 보는 요즘 점점 날이 길어지는 것이 ‘하루가 왜 이렇게 짧아..’ 하며 아쉬워하던 시간이 환절기의 고비도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사실 이런 날씨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목감기. 성악 공부를 일찍 시작한 나는 정말 그야말로 ‘험난한 길’을 걸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시간으로부터 어언 20년을 훌쩍 넘겼다.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던 IMF 또한 나에게도 큰 고난의 시간이 되었고, 이와 같은 날씨에 감기를 잘 넘겨야 하는 큰 산과도 같았다. 나의 대학시절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춘삼월인 지금 음대에서 바라보는 남산의 풍경은 공부와 실기 준비를 병행해야 하는 나에겐 참으로 야속한 맘마저 들게 했다.
한쪽은 맘껏 뽐내는 하얀 벚꽃으로, 다른 한쪽은 화사한 진달래가, 또 그 옆은 샛노랗게핀 개나리 꽃들로 마치 남산의 허리자락을 화려한 형형색색들로 수놓겠다는 듯 핀 꽃들과 캠퍼스 안 여대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 주었던 목련은 시간을 더 붙잡고 싶을 만큼 한 잎 두 잎 떨어지며 나의 시야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봄이 오니 그 시절이 참으로 그립다. 대학시절 봄을 느낄 수 있는 나의 아련한 추억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화려하게 피는 꽃들을 반길 새도 없이 일반 수업에 음대 실기 준비에 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연습실과 도서관을 찾기에 바빴다.
그래도 나는 연습실에서 노래하는 것이 즐거웠고, 감기로 인해 귀가 잘 안 들리는 고통과 안경이 없인 앞이 보이지 않는 탓에 나로선 최선의 노력으로 내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나만의 스토리가 였다.
가끔 친구들은 소개팅 미팅 등에 빠지지 않고 어울리는 동기들도 있었다. 이 또한 추억 아니겠는가… 사실 그러다 보면 뭐하나 뒤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대학에 입학하던 시절 레슨 선생님께선 나에게 ‘중간은 하지 말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뜻은 학교 다니며 노래를 열심히 하거나 아니면 아예 놀기를 열심히 하라는 뜻. 선생님의 깊은 뜻은 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큰 교훈이었다. 옛 선생님의 진리는 위클리(음대 전공수업)를 통해 또는 실기시험의 결과에서 명백히 드러나고 했다.
이젠 모든 추억이 아련하다. 봄을 느끼며 떠올릴 수 있는 시절이 돼버린 것이다. 그 시기가 아쉬워 사진도 참 많이 찍곤 하였는데… 돌아오는 주말, 함께하는 친구와 아쉬운 시간을 잡아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