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카밀 정 ㅣ 부모님을 위한 공부는 안할 거에요”

2015-02-2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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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부모님을 위한 공부는 안할 거에요.”

제일 중요한 11학년때 내 아이가 이런 말을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기쁠 수도 슬플 수도 있는 일이다. 여태 모든 것을 잘해왔던 11학년 아들이 지금 경쟁하며 하는 공부가 행복하지 않은데 훗날 어찌 행복할 수 있겠냐며 이젠 부모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본인이 진정 관심있고 좋아하는 것을 하고싶다고 했다.

부부는 큰 IT회사 엔지니어들이었고 그 학생은 5학년때부터 컴퓨터를 만들어 썼다는 신동이었다. 정도의 차는 있으나 공부가 최우선이라 믿는 부모는 한숨을 푹푹 쉬어댔지만, 반발해보려는 그 또래들의 보통 상황이라 그리 많이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본인이 새벽까지 깨어있는 날 주무시지도 않고 옆에 있는 아버지가 이해가 안되고 부담이 된다며 이제는 맹목적으로 부모가 시키는 공부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용돈을 안줘도 전화기를 압수하겠다는 부모의 협박(?)이 아무런 동기부여나 자극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왜 공부하는지도 뼈저리게 못느끼며 그저 남들이 하니까 그것만큼 또는 그이상 해야 한다는 부모 말을 듣고 따라야 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결국, 그 아이는그저 본인이 요즘 왜 그러는가 부모가 물어주기를 바라고 본인의 의견을 조금 들어주기를 바라는 똑똑하고 개성있는 보통 고등학생이었다. 부모가 아이를 바로 보고 아이가 무엇을 말하려는가를 잘 듣는 시간이 필요했던 가족이었다.

과잉보호나 방관으로 아이를 사랑하거나 맘 편하게 해주고 있다 믿고 어떤 때는 물질적 보상이나 유혹으로 아이를 달래는 것이 훗날 남에게 뒤처지지 않는 아이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랑한다’ ‘믿는다’ ‘잘하고 있어’ ‘자랑스럽다’ 하며 안아주고 응원해주는 대신 학교에서 하루종일 시달리고 온 아이들에게 ‘숙제해야지’ ‘공부해야지’ 하며 아이 혼자 생각하고 계획하며 꿈꿀 시간조차 안주고 본인이 못다한 꿈을 아이를 통해 이루려고 하고 있진 않은가.

왠지 그 아이는 대학에서 할 고민을 지금 하며 인생의 계획을 미리 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아이들로 인해 우리 어른들이 깨지고 깎이며 다시 깨닫는다. 우리 자신도 돌아보며 ‘경쟁만 하라’기보단 정말 잘하고 원하는 것을 찾아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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