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카밀 정 ㅣ 내남편은 내머리가 이쁘기만 하단다

2015-02-1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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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년아, 내남편은 내머리가 이쁘기만 하단다.”

예전엔 이런 욕이 섞인 말을 하는 사람은 무섭고 사납다 생각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부럽기까지하며 화통하고 솔직해보인다. 인생이 얼마나 길다고, 고상하면 얼마나 고상하고 무식하면 얼마나 무식하다고, 속에서는 욱하는데 앞에서는 괜찮은 척하며 뒤에서는 잊지못하는 게 가식적이고 시간과 에너지 낭비로 보인다.

이 욕이 섞인 문장은 내가 즐겨듣던 어느 유명하신 성직자의 강론 중에 나온 것이었다. 기껏 전날 미장원 가 시간쓰고 돈쓰고 온 두명의 다른 성격의 여자에게 아무 생각없는 여자가 “네 머리가 왜 이러냐”며 던진 한마디로 조용하고 고상하고 착한이는 그 자리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다 집에 와서 남편에게 호소하고 마음의 상처로 그 사람을 속으로 미워하며 그사람과 아는이와의 접촉도 꺼려하며 자기분에 못이겨 마음과 몸에 병이 들었다는 이야기로 기억한다. (집중을 안했었는지 기억력탓인지 뜸성뜸성 생각나니 양해바랍니다. 욕이 하도 재밌어 정신없이 웃다보니 그것만 정확히 기억나요)


반면, 별로 고상하지도 조용하지도 않은 욕잘하는 우리의 눈에 그리 좋게만 보이지 않는이는 “야 이년아, 내 남편은 내머리 이쁘기만 하단다”하며 기분 나쁨을 그자리에서 표현하고 훌훌 털고 잊어버리고 다시 그 생각없이 말한 친구와 남편과 행복하게 살았다는. 착하고 고상하고 항상 바르게 보이려는 사람이 되려다 속으로는 병들고 오랫동안 누군가를 미워하며 불편한 마음으로 살다가 몸의 병도 얻고 있지는 않는가, 내가 단정짓는 착함과 나쁨은 진정 착하고 안 착한것인가, 착하고 나쁜사람도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화날 만한 일을 보고 그런 말을 들었을 때 화내고, 눈물날 만한 일을 당했을 때 울고 같이 울어주고, 웃겨서 깔깔거리고 싶을 때 배꼽을 쥐며 웃으며 살고 싶다. 세상은 조금 시끄럽겠지만 단순하고 용기있고 솔직한 세상...생각만해도 기분좋다.

오늘같이 같은 단체에서 봉사활동하다 어느 한사람이 실수나 오해로 몇몇에게 던졌었다는 말에 나도 상처입은 날은 “야 이놈아, 내친구들은 내가 맞단다” 말한 후 훌훌 털고 잊었어야 하는데 봉사자단원 중 생일이 있어 화난대로 표현못하고 그 친구를 미워했던 게 맘에 걸린다.

속으로라도 그리 중얼거리고나니 복잡했던 게 간단해보이고 훌훌 털게 된다. 아직은 나조차도 솔직하게 감정표현을 하는 연습중이고 나도 똑같은 실수와 오해로 알게 모르게 아무 생각없이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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