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김미강 ㅣ 분주한 일주일의 삶

2015-02-0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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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일주일을 보냈냐는 듯 벌써 분주하게 보내야 하는 주말 시간이 다가왔다.

1편의 글이 실리고 벌써 글 잘 읽었다는 전화도 받고 주위의 인사도 받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인사로 당황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의 현 시간은 자동차 속도와 같이 빨리 지나고 있다.

나의 일주일 중 주말은 부모님의 소소한 일들을 봐 드리는 것이 스케줄이 되었다. 아침 일찍 분주히 준비해 시장도 모셔가고, 약이 떨어져 리필을 해야 할 경우 약국에 먼저 전화주문 후 시간 맞춰 픽업하는 요령도 생겼다. 그래야 두번 걸음하는 번거로움도 줄고 움직일 때에 동선을 맞출 수 있다는 나의 생활 요령이다.


한해 한해 지날수록 수북히 늘어가는 부모님의 흰머리와 눈에 띄지 않게 쇠약해지시는 건강. 동서남북으로 움직이는 경우 소소한 일이 버거운 날도 있다. 시간을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추어 스케줄을 내 일찌감치 어머니의 치과 예약을 하던 중 다행히도 진료 마감전 시간대로 예약할 수 있다는 리셉셔니스트의 안내를 받았다. 진료 예약이 주말이라 그런지 대기중인 환자도 많았고, 처음 내진한 환자에게 묻는 질문은 두세장의 페이퍼를 가득 채웠다.

그 덕에 이름도 늦게 불리고 하나 둘 떠나가는 환자들 틈에 불려진 엄마의 성함. 새해에 처음 뵙는 선생님과 인사도 나누고, 엄마의 상태는 전체 엑스레이를 통해 이루어지던 중 의사 선생님의 첫 말씀은, 단순히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예견과 다음 말문을 접게 만드셨다.

나는 순간 눈물이 핑 돌며 너무 늑장 대안이 되었구나 하는 죄송한 마음에 지금까지의 삶이 영화 필름을 돌리듯 나의 머리 속을 훓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랬다.

네 자식을 둔 우리 부모님은 시간이 어찌 가는지도 모르신 채, 건강이 나빠짐에도 말도 못하고 오직 우리들을 위해 힘든 미국생활을 열심히 살아 오셨다. 그 마음은 전세계 부모님들 또한 자식에 대한 사랑과 헌신일 것이다.

힘겨운 헌신으로 부지런히 살아 오다보니 당신의 건강을 챙길 여유까지 안 났던 시간을 지내오신 거다. 늘 부족한 것에만 얘기해왔던 내 자신이 창피해 참을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은 화장실에 숨어 닦아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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