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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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게실염에 관하여

2015-01-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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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직 / 내과 전문의

배가 아픈 원인 중에는 맹장염이나 급성 담낭염과 같이 응급수술이 요하는 경우도 있지만 외과적인 치료보다는 원인을 발견하고 항생제 치료와 같은 내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외래에서 환자를 볼 때 어떤 환자가 수술이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때로는 정밀검사가 필요할 때가 있다.

은퇴한 70대 중반의 남성 김모씨는 이틀 전부터 왼쪽 아랫배가 아파서 병원을 찾아왔다.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고 병원을 찾아오기 하루 전에는 통증이 심해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김씨는 평소에 변비가 심해서 변비약을 복용해 왔고 최근에는 변비가 더 심해졌다. 대장 내시경 검사는 5년 전에 했고 검사결과는 용종이 없었고 정상이었다. 김씨의 복부 검진상 왼쪽 아랫배에 압통(누를 때 아픈 것)이 심했고 발열은 없었다. 통증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김씨는 일단 병원에 입원을 했고 복부 CT 검사상 게실염 진단을 받았다. 항생제 주사를 시작한 후에 이틀 만에 통증이 가라앉았고 김씨는 퇴원할 수 있었다.


대장 게실은 대장벽의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바깥으로 탈출해서 미세한 주머니를 형성한 상태인데 게실에 염증이나 출혈 같은 합병증이 생기면 게실염이나 대장출혈이 된다. 게실염은 미세한 주머니 안에 대변 등이 쌓이면서 염증을 일으키고 심해지면 농양을 형성하고 농양이 커지면 장폐색이나 장에 구멍이 생기는 천공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게실염이 발생하면 심한 통증과 함께 개스로 인한 복부팽만이 동반되고 통증은 식사에 의해 악화되며 개스 배출이나 배변에 의해 완화된다. 게실염이 심해서 농양이 커지면 대장을 막아서 변비가 심해질 수 있고 발열감도 느낄 수 있다. 게실염이 오른쪽 대장에 발생하게 되면 맹장염(급성 충수염)과 구별하기가 어렵다.

대장 게실염의 진단은 복부 CT로 쉽게 할 수 있는데 임신부와 같이 방사선 노출에 부담이 있는 경우에는 초음파 검사나 MRI 검사로 진단을 하게 된다. 급성 대장 게실염이 복부 CT를 통해서 진단되면 농양이나 천공과 같은 합병증이 있는지를 판단해서 합병증이 없거나 농양의 크기가 적은 경우에는 항생제 치료를 2주 정도하면 완치가 된다. 하지만 농양이 너무 커서 장폐색이 생기거나 항생제로 치료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외과적으로 절제를 한다.

항생제 치료를 해서 완치가 되더라도 후에 게실염이 3분의 1에서 재발할 수 있는데 이때는 증상이 더 심하게 진행할 수도 있다. 급성 게실염이 발생한 직후에 대장검사를 하게 되면 장 천공이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과거에 대장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항생제를 2주 정도 써서 게실염이 완치가 되고 6주 정도 후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도록 한다.

게실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평소에 섬유질이 풍부한 식생활이 도움이 되고 비만과 흡연은 게실염의 합병증의 발생을 증가시키는 위험인자로 작용하므로 체중조절과 금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유산균 제재 및 항염증제가 재발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이영직 내과 (213)383-9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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