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최우용 ㅣ 인사

2015-01-0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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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적부터 내 부모님께서는 어른들께 꼭 인사를 하라고 나에게 시키셨다. 다른 집을 보니 아이가 공부를 한다든가 그러면 인사에 별로 신경을 안쓰는 집도 있는데 우리집에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인사를 잘 하는 편이고 우리 아이들에게 인사는 강요하는 편이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정말 미국이 낯설고 무서웠다. 아는 사람도 없고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사람들 천지였다. 차도 없고 차가 있어도 갈 데도 없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낯선 아파트 동네를 매일 돌았다.

그럴 때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에게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네 주었다. 처음엔 입에서 “하이”가 나오지 않았는데나도 차츰 입을 떼기 시작했다. “하이”라고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순간 그 때부터 그 사람이 낯설지 않고 아는 사람이 되었다.


어느 날 보니 동네 사람들은 나를 다 아는 눈치였다. 내 눈엔 다 같은 사람으로 보였지만 말이다. 작은 동양 여자가 겨울에 유모차에 작은 녀석을 태우고 큰 녀석은 걸리고 인사를 하면서 아파트만 빙빙 돌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 좁은 길을 지나면서 나누는 인사는 잠깐 동안의 분위기를 따스하게 만들어 주곤 했었다.

그 뒤로 나는 내가 하던 대로 인사를 하고 다녔다. 한국 사람이 보이면 먼저 인사를 했고 모르는 사람과 눈을 마주쳐도 인사를 나누었다. 아이들 학교에서도 인사를 나누는 사람은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엄마는 아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하고 묻곤 했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그래도 얼굴은 알고 인사를 나누었으니 아는 사람이지 않은가? 인사를 나누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나랑 아는 사람이다. 내가 그 사람을 인지하였고 그 사람도 나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딸아이가 자기는 학교에서 친구가 없다고 하면 나는 물어본다.

“가서 인사했어? 인사부터 해봐. 그럼 그 사람은 너랑 아는 사람이 되는 거야.” 인사하기를 너무 쑥스러워하던 우리 딸도 이제는 인사를 잘한다. 사실 인사만큼 그 사람과 가까워지는 좋은 수단이 없는 것 같다. 따뜻하게 눈을 마주치고 하는 인사는 서로에게 신뢰와 편안함을 주기 때문이다.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인사 나누기 운동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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