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배상문 선수와 병역법

2015-01-0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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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수 / 사회부 차장대우

최근 미 PGA 투어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프로골퍼 배상문(28) 선수의 병역 문제를 놓고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뜨겁다. 1986년생인 배 선수는 대학원 박사과정 병역 연기 제한연령인 28세가 되자 지난해 1월 미 영주권을 신규로 취득한 것을 근거로 3년의 체류기간 연장 허가를 신청했으나 결국 병무청은 작년 말 국외체재기간 연장에 대한 불허판정을 내렸다.

이러한 병무청의 불허 판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배 선수가 미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외거주자로 인정해야하는 등 배 선수가 모호한 병역법의 피해자라는 해석과 함께 최근 프라이스 오픈 우승과 함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그에 대한 한국정부의 선처를 호소하고 나섰다.

하지만 병무청은 배 선수가 2013년 1월 영주권을 취득한 사실은 인정하나 국내 성균관대학교 재학 중인 점과 영주권 취득 이후에도 미국에 영구적으로 거주할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 다는 점을 들어 그에 대한 국외여행 연장 허가 불허 입장을 밝혔다.


결국 병무청은 배상문 선수는 영주권을 취득해 해외에서 영구적으로 거주하는 목적을 갖고 있는 국외 거주자가 아닌 국내 거주자로 판정해 사실상 징집영장을 통보한 셈이다.

배상문 선수의 현재 세계 랭킹은 83위. 그가 미 프로골프 투어에서 거둔 2승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대회와 마찬가지로 한국 선수로서 국가 이미지를 격상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그의 실력과 성적을 인정하듯 미국에서는 지난해 배 선수에게 영주권을 발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적을 뒤로하고 현대 토너먼트에 참석차 하와이에 체류 중인 배상문 선수는 이번 달 내로 무조건 한국으로 귀국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배 선수가 가진 옵션은 미국에 계속 체류하며 시민권을 취득하거나, 한국에 입국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거나, 골프채를 놓고 군입대를 하는 등 단 세 가지 밖에 없다.

배 선수가 군입대를 하게 될 경우 언론을 비롯한 네티즌들은 불합리한 한국 병무청에 대한 비판적인 야유를 보낼 것이다. 반대로 배 선수가 본인의 골프 인생을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할 경우 제2의 유승준 사태가 발생할 것은 분명하다.

미주 한인들이 배 선수의 병역문제에 대해 유독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명백하다. 배 선수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불합리한 국적법과 병역법으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하거나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는 선척적 이중국적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배상문 선수와 제2, 3의 타이거 우즈, 로리 맥킬로이를 꿈꾸는 미래의 한국 골퍼들에게 올해 1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기억될 것 같다. 해외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마다 자신의 골프백에 태극기를 새기고 출전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 배상문 선수. 병역의무로 인한 선수생활의 기로에선 배 선수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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