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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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차 신경통

2014-12-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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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현 / 내과 전문의

메릴랜드에서 근무할 때였다. 하루는 50대 중반의 백인 여성 환자분이 오른쪽 안면 통증을 호소하여 오피스를 방문했다. 검진상 대상포진에서 관찰되는 수포나 피부 증상은 보이지 않았고 외관상 특이 소견 없이 촉진 때 오른쪽 턱 부위에 통증이 있었다. 이 환자 분은 치아나 잇몸질환이 주 원인으로 생각하여 타운 내 치과의사를 찾아서 진료를 받았으나 별 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삼차 신경통으로 진단하여 곧 바로 Carbamazepine을 처방하였다. 그 후 약에 대한 부작용 없이 환자의 증세는 호전되었다.

삼차 신경통은 아주 흔하지는 않지만 내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가끔씩 임상에서 대하는 질환이다. 삼차 신경은 뇌에서 파생되는 12쌍의 뇌신경 중 제5번에 해당하며 3개의 가지(branch)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여 삼차 신경이라고 부른다. 이 신경은 안면의 감각을 담당하게 되는데 신경의 압박이나 염증 등으로 인하여 통증이 발생하는 증상을 삼차 신경통이라고 한다.


이 중 첫 번째 가지는 이마나 눈 주위의 감각을 담당하고 두 번째 가지는 상악, 즉 볼 주위의 감각을, 세 번째 가지는 하악, 즉 턱 주위의 감각을 맡는다. 대부분의 삼차 신경통이 볼이나 턱, 치아 주위의 통증이 주 증상인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가지의 문제이며 5% 정도에서 만이 눈이나 이마 부위 통증을 호소하는 첫 번째 가지의 이상이다.

눈 주위 통증이 있거나 시각 이상 등이 있을 때는 대상포진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으며 각막 궤양, 실명 등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속히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삼차 신경통은 대상포진처럼 대부분의 경우 편측성, 다시 말하면 안면의 왼쪽이나 오른쪽 중 한쪽에서만 오며 양측성인 경우에서도 동시에 양쪽 부위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는 없다. 통증의 양상은 바늘로 찌르거나 전기 자극처럼 짜릿짜릿 하거나 날카로운 것이 일반적이며 수초에서 2~3분 정도 지속되는 현상이 반복된다. 또한 음식을 먹거나 말하거나 칫솔질 할 때, 손으로 안면 부위를 자극할 때 통증이 유발되거나 심해진다.

발병 연령은 40세 이상에서 첫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90% 정도로 많으며 혈관으로 인한 뇌의 삼차신경 절이 압박되면서 신경을 자극하여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 흔한 원인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대상포진 등 바이러스 감염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으며, 젊은 연령 층에서는 다발성 경화증 등 뇌신경질환도 주요 원인이 되므로 이 경우 뇌 MRI 촬영 등 방사선과 검사를 통해서 원인질환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약물치료가 주가 되는데 Carbamazepine이라는 신경계 치료제가 일차 약이 되며 흔히 볼 수 있는 부작용으로서는 어지러움, 메스꺼움, 졸림, 가려움증 등이 있다. 대부분의 약물치료가 그렇듯이 부작용의 위험을 줄이고 신체가 약에 대한 적응을 용이하게 하도록 저 용량으로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치료 용량을 높여야 한다.

주 치료제로서 충분한 통증 조절이 안 될 때는 다른 계열의 신경 진통제나 소염 진통제를 보조적으로 함께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70% 이상의 경우에서 약물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세 가지 이상의 약물을 시도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통증이 장기화 될 때는 삼차 신경을 압박하는 혈관을 신경으로부터 분리하는 혈관 감압술 등 외과적 시술도 고려할 수 있다.

이동현 내과 (213)739-8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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