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학년 때 선생님 머피씨는
혜성의 이름을 칠판에 크게 쓰시며 말하셨다.
이것이 은하의 폭풍을 가로질러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조금이라도 궤도를 바꿔 지구와 충돌하게 되는 경우
내일 수업은 없을 것이다.
언덕 위에 사는 빨간 수염의 목사는
운동장 옆 광장에서 자신이 우리 모두를 구하기 위해
신이 보낸 자라고 선언하며 ‘죄인들이여 회개하라’고
손으로 쓴 플래카드를 흔들며 거칠게 외치고 있었다.
저녁을 먹을 때 나는 슬펐다.
엄마와 누나와 함께 나누는 마지막 식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지만 왠지 흥분되기도 해서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엄마는 야단을 치시며 방으로 쫒아 보냈었다.
모두가 잠든 밤. 그들은 내가 층계통의 사닥다리를 몰래 올라가
신선한 밤공기 속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알지 못했다.
신이여, 저를 찾아보세요, 우리가 사는 곳
그린가의 끝 빨간 벽돌건물의 지붕 위의 옥탑방을 아시지요.
하얀 플란넬 가운을 걸치고
거친 돌 침대 위에 큰 대자로 누워
저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어요.
세상이 끝날 날을 기다리며.
/ 스탠리 쿠니쯔 (1905-2006) ‘헬리 혜성‘ 전문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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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에 대한 인간의 경외를 순진한 소년의 눈을 통해 잘 드러낸 시이다. 헬리 혜성이 다가오는 밤 소년은 알 수 없는 슬픔과 설렘으로 잠들지 못한다. 시 속의 소년처럼 우리는 우주 속의 작고 따스한 수신기이며 세상의 끝이란 그저 또 하나 신비한 모험세계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잠든 밤, 홀로 신과 우주와 교감하던 옥탑방의 소년, 그는 수많은 시를 남기고 백세를 살고 세상을 떠나갔다.
<임혜신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