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2026-05-19 (화) 12:00:00
이병률
사람들이 줄 서 있길래 서 있었다
어디를 향하는지 무엇 때문인지 몰랐지만 괜찮았다
사람들이 몰려가길래 나도 따라갔다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따라가 보는 거였다
번번이 걸작 앞도 아니었고
거대한 계획을 앞세워서도 아니라는데
끼어들어서라도 줄을 섰다
어떤 줄은 점점 다른 줄로 완성되어갔다
그럴 수는 없었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한 번 서면 돌아올 수 없는 줄이 되었다
결국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지만 혼자 서 있었다
‘줄’ - 이병률남들이 줄 선 곳에 줄 서는 것은 대개 안전한 선택이다. 어디를 향하는지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나 혼자 실패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무리 짓는 동물이기 때문에 여럿이 가는 곳에 대개 길이 있다. 걸작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여럿이 멈추니 걸작이다. 거대한 계획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모두가 간다면 거대한 계획이다. 그러나 주체적이고 개성 있는 삶을 원한다면 줄 선 곳과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트리나 폴러스의 어른 동화 ‘꽃들에게 희망을’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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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