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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우울증

2014-12-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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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고보자” 답답한 의사 소견에 불안·초조, 공황발작으로 진행

“희망과 의지를 갖고 주변인에게 베풀면서 살아가세요.”

매달 두 번째 목요일 정기모임을 갖고 있는 한인 유방암 환자 서포트그룹 ‘샤인’(대표 캐서린 김)은 지난달 정균희(영어명 크리스토퍼 정) 정신과 전문의를 초청해 유방암 환자들이 겪는 우울증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 전문의는 ‘희망이 암환자 생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연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 유방암 환자 우울증 왜 생기나


암환자들이 우울증이 나타나는 요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암 자체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 키모테라피도 힘들고, 암 치료가 다 끝나고 5년이 지나고 나서도 다시 재발하는 것에 대한 우려, 또한 육체적으로도 피곤한 현실적 문제, 특히 뇌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암은 유방에 있었고, 뇌에 암이 전이가 되지 않았더라도 ‘브레인 톡식’(brain toxic) 상태다. 일명 ‘키모 브레인’(chemo brain)이라고 한다. 우울해지며, 불안해하고,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감소하며, 신경질적이 되고 만다. 패닉 어택이 오기도 하며, 심리적으로도 미래가 불확정적이라 불안해 한다. 또 ‘암에 걸렸다’는 사회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받는다.

정 전문의는 “암환자에게서 발견되는 우울증세는 일반 우울증세와 달리 복합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유방암 때문에 우울증이 왔다기보다는 이미 우울증이나 불안증세가 있었는데 나중에 유방암이 발견되고, 유방암 치료 후 우울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또 심리적으로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 싫은 심정으로 우울해 한다. 정 전문의는 “한인은 특히 남편, 자식 걱정이 많다. 내가 죽으면 다들 어떻게 살까 걱정한다. 또 주위사람을 걱정해서 아프다고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또 실질적으로 통증에서 오는 우울증, 불면증 문제도 있다.


■ 유방암 환자의 우울증 발병비율은?

유방암 환자의 25~30%는 유방암 진단 후 우울증이 나타난다. 힘든 치료과정 중 나타나기도 하며, 치료가 끝나고 나서 나타나기도 한다.


UCLA 병원에서 일하다가 지난 2월 은퇴한 정 전문의는 “대학 병원에서는 리퍼럴(referral)로 환자가 오는 경우가 있었지만, 환자 스스로 알아차리기보다는 가족이, 특히 남편이 먼저 알아차려 오거나, 혹은 공황발작(panic attack)으로 찾아온 환자의 병력을 보니 이미 6개월 전에 유방암 치료가 끝났다거나 혹은 자궁암, 난소암 병력이 있던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참고로 건강한 사람 중에서도 일반 통계에 따르면 10~30%가 우울증 발병률을 보인다.


■ 암환자가 겪는 심리적 불안은

최근 미국 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 ACS)는 암치료 후 주요 심리적 문제들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

암환자들이 겪는 문제들로는 ▲병의 재발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피곤하고 기운이 없고 ▲미래에 대한 우려 ▲불면증 등이다.

암환자의 경우 대개 ‘두고 보자’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된다. 정 전문의는 “한국 사람들은 정확히 얘기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의사도 모른다고 하니,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다. 인간의 본성은 정확히 얘기해 줘야 하지만, 불확실한 상황이다 보니 환자는 더욱 불안해 하고, 실질적으로 공황발작이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약물치료도 필요하면 적절히 사용

정 전문의는 “통증이 있다면 진통제를 써야 한다.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면 6개월, 1년 간 하는 명상이나 다른 치료보다 먼저 항우울제가 필요하면 약을 제때 써야 한다고 본다. 불면증도 수면제를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약물중독이나 부작용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데, 치료의 과정이다. 중독이나 부작용 걱정 때문에 약을 피하기보다는 경험 있는 전문의를 찾아가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방암 치료제 중에는 항호르몬 치료로 타목시펜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일부 항우울제가 타목시펜의 효과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 희망이 중요하다

정 전문의는 “암 투병 중에, 혹은 암 재발이라는 걱정에 대한 불확실한 마음이 들 때 등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삶을 지탱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희망”이라며 “희망을 갖고 있으면 육체적으로도 긍정적인 생존력을 북돋워줄 수 있다. 마음 따로, 육체 따로가 아니라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은 연결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그렇다면 ‘희망’은 무엇인가

미래에 뭔가 한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꼭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삶 속에서, 또 생활 속에서 작은 희망들이 모이면 된다.또한 그 희망을 실천하기 위한 의지가 필요하다. 시간이나 노력을 해서 희망이나 바라는 것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희망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의지가 필요한 것.

또한 부부나 가족, 친구, 소모임 등 여러 다양한 관계를 갖고 살아가야 한다. 여러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며, 그런 관계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갖게 된다.

정 전문의는 “유방암은 생존율과 치료율이 매우 좋은 질환이다. 그룹 테라피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문의는 “인간은 같은 그룹에 있으면 서로 생각이 비슷해진다. 뇌파 간에 서로 싱크로나이즈하기 때문에 서로 감정을 나누게 되면,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암치료 후 일상생활로 빨리 돌아가야

육체적으로 괜찮다면 다시 일상생활로 되도록이면 빨리 복귀하는 것이 좋다. 물론 개인적 특이성에 맞춰야 한다.

정 전문의는 “유방암에 걸렸어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의사가 괜찮다고 하면 가능한 한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또한 우울증이나 불안 등 정서적 문제가 생기면 되도록 빨리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암치료 후 우울증이 나타나는 것도 모든 과정이 ‘인생의 과정’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희망을 갖고 살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또 주변인에게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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