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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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색전증에 대하여

2014-12-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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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현 / 내과 전문의

약 7년 전 필자가 메릴랜드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50대 중반의 여성 환자 분이 이틀 동안의 호흡곤란을 주 원인으로 오피스를 방문했다. 과거 병력상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었으며 심장, 폐질환 등의 병력은 없었고 흡연력도 없었다. 환자는 상당히 불안해 보였으며 기침, 발열, 오한의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이학적 검사상 혈압은 정상이었고 맥박이 분당 110회(정상은 분당 60-100회) 정도로 약간 빨랐고 체온과 폐 청진 소견은 정상이었다. 또한 산소 포화도가 92% 정도로 약간 낮았으며 심전도 검사상 규칙적 빈맥을 제외하고는 특이 소견은 없었다. 호흡기 질환 병력이 없는 점, 기침이나 발열이 없는 것과 폐 청진상 정상 소견을 보인 점을 통해 폐렴이나 천식 기관지염의 가능성은 낮았다.

또한 심전도상 심근 경색이나 협심증 같은 급성 관상동맥 질환의 소견도 없었다. 반면에 빈맥, 호흡곤란, 불안증과 함께 깨끗한 폐 청진 소견에 비해 낮은 산소 포화도는 급성 폐색전증을 의심케 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하여 컴퓨터 혈관 조영술을 통해 폐색전을 진단하고 항응고제를 투여했다. 치료제에 대한 반응이 좋아 경구용 항응고제를 처방하고 4일 후 환자는 퇴원했다.

폐색전증은 폐동맥에 혈전이 생겨 폐동맥 순환에 이상이 생기고 나아가서 심부전 쇼크 등 전신 순환장애가 생길 수 있는 급성 질환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30만명 정도가 이 질환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폐색전은 일반적으로 하지 정맥의 혈전이 떨어져 나가서 폐동맥에 침착하여 순환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나 위의 환자의 경우처럼 원발성으로 폐혈전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유병률이 증가하며 오랜 비행기 여행, 운동 부족, 수술 등과 함께 유전적 요인, 비만, 종양, 임신, 경구용 피임약 복용, 흡연, 호르몬제 복용 등도 위험 인자로 작용한다.

증상은 호흡 곤란, 흉통, 빈맥, 불안 등이 흔하고 기침 때 피가 섞여 나오는 각혈 현상도 동반될 수 있다.

진단은 컴퓨터 혈관 조영술(CT Angiogram)로 확진하며 신부전 등 신장기능 이상 때에는 조영제 투여가 위험하므로 핵의학적 검사와 하지 초음파 및 혈액검사를 종합해서 진단할 수 있다.

치료는 항응고제 요법이 주가 되며 보통 3개월 정도 치료 후 재발의 위험도 정도에 따라 치료기간을 결정한다. 특히 항응고제 치료약인 와파린(Warfarin) 복용 때 주기적 혈액검사를 통해 치료 용량을 조절한다.


또한 항응고제 요법으로 출혈의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으므로 코피, 혈뇨, 혈변 등 출혈 증상이 있으면 복용을 중지하고 즉시 주치의와 상의해서 약물 조절을 해야 한다.

끝으로 앞서 언급 했듯이 종양이 혈전 형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검사를 통해 이의 유무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동현 내과 (213)739-8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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