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강직성 척추염의 진단·치료

2014-11-25 (화)
크게 작게

▶ 이상헌 / 건국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 건국대병원 특약

강직성 척추염, 요즘 ‘강척’이라고 줄여 말하는 이 질환은 만성 염증성 관절질환으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허리뼈가 굳어지면서 강직이 일어난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외래에서 척추 강직이 될 정도로 진행된 경우는 거의 보기 힘들다. 보통 강직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10~20년 정도는 소요되므로 대부분은 그 전에 병원을 찾고, 최근에는 치료제도 많이 개발되어 진단만 되면 치료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진단인데, 초기에는 증상이 애매모호하여 간과하고 넘어가기 쉽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둔부통이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가며 아프고, 새벽녘에 심했다가 오전에 일어나서 활동하고 오후쯤 되면 저절로 좋아진다. 그래서 그냥 피곤해서 그렇다고 넘어가기 쉽다. 이후에는 서서히 통증으로 위쪽으로 옮겨가면서 요통이 생기는데 역시 새벽녘에 심하고 활동하면 호전된다. 이것이 허리디스크와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다.

디스크는 활동할 때 아프고, 누워서 쉬면 호전되는 특징이 있고 소염진통제에 반응이 별로 없지만 강직성 척추염에서는 이 약제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달리, 강직성 척추염은 10~3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남성이 2배 많다. 류마티스 관절염에서는 혈액에서 류마티스인자, 항CCP 항체 등 진단적 마커가 90%가량 나타나지만 이 질환은 특별한 마커가 없다. 그래서 혈청음성 척추관절증이란 표현도 쓰인다. 다만 유전적 소인이 매우 강해 혈액에서 DNA 검사를 하면 HLA-B27 양성이 전체 환자의 90%(일반인에서는 약 5%)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웃 나라인 일본은 이 유전자가 인구의 1%도 안돼 강직성 척추염이 매우 드물다고 한다. 요통 외에도 무릎, 발목이 이유 없이 붓는 활막염이 자주 재발하는 경우도 있는데 특히 10~20대 젊은 환자에서는 요통보다 앞서 원인 미상의 관절염으로 오는 경우도 많다. 아킬레스 건염 같은 건초염, 인대염증이 자주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고, 갈비뼈가 흉골에 달라붙는 자리에 인대염이 오면 흉통이 오기도 한다. 확진은 엑스선, CT 촬영을 해서 둔부의 천장골염(sacroilitis) 소견을 확인하면 된다. 엑스선, CT로 이상이 안 나타나는 초기에는 MRI 촬영을 해서 확인할 수 있다.

치료는 금연이 필수이고, 비스테로이드 항염제 복용과 운동(스트레칭, 수영 등)요법을 우선 시행해 본다. 말초관절염증에는 관절 내 스테로이드 주사가 효과적이다. 호전이 없을 경우 항 TNF제 주사가 매우 효과적이고, 거의 대부분 이 단계에서 치료가 잘된다. 이 주사제는 가격이 고가이지만(월 100만원), 국내에서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어 본인 부담 10%(희귀 난치질환 특례대상)로 월 10만원이내로 맞을 수 있다.

과거에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었지만, 최근에는 영상진단기법의 개발로 환자가 조기에 많이 발견되고 치료도 잘되어 희귀난치란 말이 무색하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해야 한다. (1)40세 이전에 만성요통 및 둔부통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2)새벽녘 및 밤중에 심하고, 활동하면서 호전되는 양상이 있고, (3)가족력이 있고, (4)아킬레스건염, 흉통 (5)발목, 무릎이 자주 붓는 관절염이 지속된다면 류마티스내과(rheumatology) 전문의 진찰을 권하고 싶다. 일반적으로는 평생 치료를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본인 경험으로는 질병 초기에 약물 선택을 잘해서 완해를 유도하면 수년 내 완치되는 경우도 많이 경험하였다. 다시 재발될 때는 스트레스, 감염 (세균성 장염, 요도염) 등이 원인이 되므로 평소 운동으로 면역능을 높이고, 위생에 신경을 쓴다면 재발 없이 잘 치료될 수 있는 병으로 생각된다.

건국대학교병원 국제진료소 02-2030-8361(8362)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