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필자가 뉴욕에서 내과 전공의 과정을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55세 정도의 한국 여성이 응급실을 방문했는데 내원 당시 갑작스런 흉통과 심계 항진 및 호흡곤란을 호소하였다. 그 분은 미국에 있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그 곳을 방문하던 참이었고 당시 병원에 한국 의사나 의료진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필자가 주치의로 그분을 돌보게 되었다.
심전도 결과 맥박이 분당 150회 정도로 빨랐고 (정상은 분당 60~100회) 정상 맥박이 아닌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 소견을 보였다. 일단 심박수를 조절하는 약물을 정맥 투여 후 심장병동으로 입원시켜 모니터하면서 정밀검사를 시행하였다. 심장 외 소견으로는 설사와 체중감소 증상도 최근 호소하였다.
혈액 검사상 갑상선 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특이 사항이 없었으며 갑상선 초음파상 다수의 결절이 보였다. 항갑상선 약물치료를 신속하게 시작하자 환자의 맥박수가 정상으로 돌아 왔으며 더 이상 부정맥 소견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지속되던 설사도 많이 호전되었다.
이후 항갑상선 약물을 처방 받고 퇴원하여 한국으로 돌아갔으며 내과 전문의를 만나서 지속적 치료를 하고 있다고 필자 앞으로 편지가 왔다. 이것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한 증례로서 갑상선 중독증의 소견을 보이고 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원인으로는 자가 면역 질환인 Graves disease, 위 환자의 경우와 같은 독성 다발성 갑상선 결절, 독성 선종 등이 있다.
또한 지난번에 언급했듯이 심장약인 Amiodarone은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함께 기능 항진증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기적으로 갑상선 기능 검사를 해야 한다.
이 질환의 증상으로는 피로, 불안감, 불면증과 더불어 식욕 증가에도 불구하고 체중감소 현상을 볼 수 있으며, 수전증, 더위에 대한 내성 감소, 월경량의 감소, 땀을 많이 흘리는 발한증, 안구 돌출, 이중시각 등이 있으며 노년층에서는 위 환자의 경우처럼 심방세동 등 부정맥 또는 심부전증 소견을 보일 수 있다.
진단은 혈액검사로 하며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원인 분석을 위하여 갑상선 초음파를 시행한다. 그리고 Amiodarone 등 유발 가능 약물을 복용할 때는 대체 약을 고려해야 한다.
치료는 갑상선 호르몬을 저하시키는 항갑상선제가 추가되며 방사선 동위원소 요오드 치료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Graves disease로 인한 안병증(안구 돌출, 이중시각 등)에서는 방사선 동위원소 요오드 치료로 인해서 더욱 악화될 수 있으므로 피하도록 해야 하며 이 경우 갑상선 절제술 등 수술적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항갑상선 치료 중에는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통하여 갑상선 기능을 측정하여 약물의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동위원소 치료나 수술적 갑상선 절제술 이후에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올 수 있으므로 갑상선 호르몬제를 투약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이동현 내과 (213)739-8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