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최우용 ㅣ 돌아온 호의
2014-11-12 (수) 12:00:00
어느 날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대체로 저녁 시간에 방문하는 사람은 외판원이거나 기부를 원하는 사람이 대다수라 그냥 무시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호기심이 생겨 작은 문구멍으로 내다보았다. 밖에는 한 외국인이 서 있었다. 인기척이 들렸는지 그 외국인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무슨 이야기인지 듣기 위해 귀를 세웠다. ‘Excuse me, I’m looking for a Korean man.”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한국 사람은 우리 타운하우스 내에는 단 두 집 밖에 없었다. 그 외국인이 왜 한국 사람을 찾는지 알아야 했다.
문을 열었더니 그 외국인이 눈에 익은 잠바와 슬리퍼를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우리 남편 것이었다. 사건 시작은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날, 우리 남편은 담배를 피우러 집 밖에 나갔었다.밤이라 제법 쌀쌀했는데 남편이 나가자 마자 다시 들어오더니 안 입는 잠바를 가져오라는 거였다.밖에 한 외국인이 무슨 사정인지 맨발과 속옷 차림으로 서 있는데 그 아저씨가 신발과 옷을 빌려 줄 수 없는지 물었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못마땅했지만 남편의 안입는 옷과 신발을 내주었었다.그리고 그 옷과 신발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나도 그것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아마 그가 물건을 돌려주고 싶어도 집들이 다 똑같이 생겼고 밤이라 어느 집인지 찾을 수 없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잘입는 옷과 신발도 아니었으면서 있다 없으니 아쉬워서 그동안 남편을 가끔 구박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몇 달이 지나서야 그 옷과 신발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옷에 적힌 상표를 보고 한국인이라 생각하고 수소문을 하고 다녔나 보다. 나를 만난 그 아저씨는 너무나 고마워하면서 다음에 자신의 사진관으로 사진을 찍으러 오라며 명함을 주고 갔다.
사실 난 돌려받기를 포기하고 있었는데 늦게라도 돌려준 그 사람한테 무척 고마웠다. 대가를 바라고 도움을 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못돌려 받았으면 계속 씁쓸한 감정은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아직 사람을 믿어도 된다는 생각을 계속 가질 수 있도록 해 줘서 그에게 너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