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변치 않고 또다시 가을이 찾아왔다. 가을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나의 인생도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었다. 바로 인생의 가을, 중년이 된 것이다. 모자란 것도 넘치는 것도 없는 나이, 쓸쓸함으로 다가오는 중년은 매력적인 시기이다.

청춘은 지나고 나면 다시 오지 않는 아름다운 시기(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인다고 했던)인 것처럼 중년 또한 인생의 한번뿐인 황금빛 시기이다. 중년에 젊은시절 몰라서 혹은 바빠서 지나쳐 버린 일들을 돌이켜보면 미소 짓기도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세월이 지나 중년이 되면서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와 너그러움이 생겼다. 희끗해진 머리, 주름진 외모, 노안이 왔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도 하고 노화의 공포에 때론 앞으로 다가올 노년기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불행과 슬픔으로만 여기기엔 삶에 대한 열정이 아직 강하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다양한 인생경험과 오랫동안 몸과 마음에 비축된 열정으로 원기왕성하게 일하는 중년들이 넘쳐난다. 중년의 패기는 젊은이들이 갖지 못한 여유와 지혜를 가지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조바심을 내지 않으며 세상사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관용을 보인다. 이제 가족이란 범주에 벗어나 자신만을 위해 할애할 중요한 시기다. 홀로서기에 분주한 자식들에게서도 그만 자유로워지고 싶다.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재충전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한다. 반면 우리가 수많은 세잎 클로버를 짓밟으면서 찾는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란다. 아이러니하게 우리는 행운 하나를 찾기 위해 주변의 수많은 행복을 짓밞고 있는 셈이다. 진정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현재를 인정하고 즐길 때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제까지 쌓아온 것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꿈도 꾸고 그 꿈을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년이 되어 꾸는 새로운 꿈은 젊었을 때의 목표였던 성공이나 명성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이젠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들을 버킷 리스트로 정리해 보는 것이 중년의 목표다. 나의 목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