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나중에 야생동물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둘째녀석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평소에 커서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진정성없는 답들로 일관해 왔었는데 이날은 묻지도 않은 말에 답을 끄집어 냈다.
다음날에도 학교가는 길에 아빠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중에 아빠엄마에게 귀여운 고릴라 새끼를 안겨주겠다"는 쌈박한 포부까지 밝혔다는 말에 침팬지계의 대모이자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이 떠올라 미소짓게 했다.
어려서부터 동물인형을 무척 좋아하고 동물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동물관련 책들을 유난히 좋아했고 야외활동에선 야생동물과의 우연한 만남을 늘 기대하는 그런 아이가 자신의 흥미와 유난한 감성을 잘 조합해서 막연하던 미래에 대한 꿈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는 꿈이 뭐냐는 질문에 정색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모를 약올리는 것이 재미있기 라도 하듯 ‘몰라” 하고 그 자리를 피해버린다.
거기에 비하면 두살 아래의 철부지 동생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찾아 꿈을 향해 한발 나서고 있으니 뭔가 앞뒤가 뒤바뀐 듯한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에 어른들로부터 끊임없이 받던 단골질문이며 학교에서도 글쓰기, 그림그리기 등의 단골주제는 ‘꿈’ 이었다. 꿈은 잠잘 때 꾸는 꿈말고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라는 사전적 의미와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라는 의미 또한 가지고 있다.
장래희망이나 장래직업이라는 말을 대신 하여 어린아이들에게 많이 사용하기에 꿈이라는 말은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전유물인 양, 어른들에게 꿈이라는 단어는 ‘몽상’같은 부정적 의미로 사용하게 될 때가 많아서 어색함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 꿈이라는 단어는 늘 희망과 긍정적인 생각과 기운을 가져와 마음을 즐겁게 하고 있다.
또 이미 커버렸기에 꿈을 꿀 권리도 없다는 말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되받아쳐 주고 싶다. 아이가 묻는다. “ 엄마는 꿈이 뭐야?”나 혼자만을 위한 꿈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지고 따뜻해질 수 있는 꿈을 꾸며 그 꿈들이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내가 되는 꿈을 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