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the Sun and Moon shouldever doubt, they’d immediately goout.
만일 해와 달이 의심할라치면 즉시 사그라지고 말리라.
새벽 5시에 여는 동네 수영장에가는 길입니다. 집앞 가로등이 새벽 안개로 희미한데, 동네 골목길이 온통 환합니다. 해는 여즉 깊은잠 속에 있는 새벽 4시 50분. 집처마 위로 낮게 걸린 보름달이 새벽바라기로 내려다봅니다. 사위가문득 환해짐을 느낍니다. 음력 중추(仲秋) 만월(滿月)이 눈 안으로가득 들어옵니다. 텅빈 내면에 달빛 충만입니다. 아, 새벽의 이 황홀한 둥근 달빛! 혼자 보기엔 너무도아까운 ……
집문 앞에는 이미 누군가 부지런히 배달한 조간신문이 와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정성이 가득 담긴 신문이 가만히 누워있습니다.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해설집이던가요? 그런 글이 있었죠. 지금 읽고 있는 글이 수놓아진종이 속에서 비와 구름을 보면 그대는 바로 시인이라던 말씀이.
한장의 종이를 만들기 위해 한그루의 나무는 구름이 뿌려주는 비를맞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무가 펄프로 펄프가 종이로 되는 과정 속에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오갔으리라. 그런 값진 손길의 결과, 오늘도 조간신문이 내 집앞으로 배달되었습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차에 올라 5분 정도 운전해 동네 수영장에 이릅니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 위에 있는 그곳엔 이미 새벽을 가르는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들이 넘쳐납니다. 새벽 한기 속에 미지근한 수영장 물 수면위로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릅니다. 그리고, 그 물 아지랑이 사이로 중추(仲秋) 만월(滿月)의 교교한 달빛이 춤을 춥니다.
If the Sun and Moon shouldever doubt, they’d immediately goout.
만일 해와 달이 의심할라치면 즉시 사리지고 말리라.
찬란하게 지는 해를 볼 때나 이렇게 황홀한 보름달을 볼 때면 늘기억나는 말이 있습니다. 그림과시에 두루 남다른 조예가 있었던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말씀입니다.
짧은 말인데 의미심장합니다. 해와 달이 스스로 왜 뜨고 지나를 의심한다면, 그 즉시 해와 달은 꺼지고 말리라! 일월(日月)이 의심하기를 내가 과연 해와 달로 빛날 수 있으랴 한다면, 의심하는 즉시 그 빛을 잃고 말리라! 해와 달은 다만 해와 달로 그렇게 뜨고 지며 그렇게 빛을 내고 반사할뿐!오쇼(Osho)가 즐겨 나누던 예화도 생각납니다.
발이 여럿 달린 지네가 뽐내며 기어갑니다. 옆에서누가 칭찬합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많은 발들을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이 말을 듣고 우쭐해진 지네, 스스로 어떻게 걷는지 곰곰히 살피다그만 발들이 모두 엉키는 사태를초래하고야 말았다는 얘기.
왜 사냐건 웃지요. 웃을 수 밖에! 어떻게 그런 질문이 가능하단 말인가? 삶이란 그저 사는 거지 ‘왜’[WHY]를 묻고 따지며 사는게 아니란 말씀. Why why? 왜 왜인가? 해와 달이 왜 뜨고 지는가를 묻던가? 해와 달이 왜 빛을 내고 반사하는 지를 의심하여 스스로 묻던가? 그럼, 즉시 사그라지고말리라. 한가위 보름달을 물끄러미바라 보는 중에, 영국사람 윌리엄블레이크의 간명한 말씀이 사뭇정곡을 찌르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If the Sun and Moon shouldever doubt, they’d immediately goout.
만일 해와 달이 의심할라치면 즉시 사리지고 말리라.
수영이랄 것도 아닌 그저 물장구 수준의 헤엄명상을 마치고 로비에 앉아 모닝커피 한 잔에 아침 신문을 읽습니다. 늘 그 시각 그 자리에 비치되어 있는 SanFrancisco Chronicle을 뒤적입니다. 헤드라인 뉴스들은 대략 훑고,"Datebook" 섹션으로 가서 "BookReview," "Movie Review" 등을 꼼꼼히 챙긴 후, "Dear Abby"칼럼을꼭 읽습니다. 미국 사람들 사는 시시콜콜한 얘기 속에 종종 삶의 지혜가 짙게 우러나오는 생활칼럼을모닝커피에 곁들인 스낵으로 읽어냅니다.
이제 자리를 뜰 무렵, 심심풀이 디저트로 ‘오늘의 성점(星占)’을봅니다. "Horoscope"라 부르지요.
"This year’s Harvest Moon is especiallynoteworthy. You finally get areturn on your investment of timeand energy.""올해의 중추(仲秋) 만월(滿月)은 특별히 주목할 만합니다. 당신은 드디어 그동안 시간과 노고로투자한 일의 수확을 거둡니다." 좋은 말이군요.
’하~ㄹ베스트 문’은 말 그대로 ‘수확의 달’이요 ‘추석(秋夕)의 달’입니다. 의심없이 뜨고 지는 만월을 다시 올려다 보며 차에 올라 세상 속으로 나갑니다. 한달 후면 또 만날보름달,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