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해선 칼럼] 멋쟁이

2014-09-0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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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ular demand, 요리 레시피 하나 더 쓰려고 하다가 그만 두기로 했다. 대신 북가주 멋쟁이를 찾는 일이 더 급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찾기 전에 우선 멋쟁이의 정의부터 다시 점검해야 될 것 같다. 그래야만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멋쟁이!아쉬울 때 찾는 곳은 어김없이 Naver 사전이다.

우선 영어로 본 몇 가지 번역이 대략 이렇다. Dandy, Smart, Sharp Dresser, Handsome, 그리고 요즘 한국에서 아주 유행하는 듯한 Cool 이라는 표현도 있다. 키는 커야 된다는 건 아예 기정사실로 되어있는지 아무데서도 볼 수가 없다.


다음은 역시 Naver 의 국어사전을 보았다. 하지만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멋이 있거나 멋을 잘 부리는 사람 이 멋쟁이란다. 씁쓸한 웃음 속에 육이오 사변 터지기 며칠 전 왕밤 사건이 기억난다. 왕창 오래전 일인데도 유난히 그날 일을 기억하고 있다. 을지로 4가에 있는 영희 국민학교다.

전쟁 덕분에 중학교 가기 전 다닌 3개의 국민학교중의 하나다. ‘신비’ 라는 단어가 무슨 뜻이냐고 선생님이 묻는다. 아무도 손을 안 든다. 선생님이 또 한 번 묻는다. 역시 아무도 없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실내를 이리저리 오가는 선생님의 구두 소리만 듣고 있던 먹통에 총채가 내려친다.

“너 답해봐!” 내려친 총채 한끝을 다른 손으로 만지작 하면서 선생님이 떡 버티고 앞에 서있는 게 보인다. 짱구 별명을 가진 머리통이 선생님의 눈에 제일먼저 띄었나보다. “신비로운 겁니다.” 한참 만에 이 말이 튀어 나왔다.

“야 인마, 그걸 답이라고 해? 신비를 물었는데 신비로운 게 신비라고?” 한방 또 터진다. 이번에는 총채가 아닌 아주 따끔한 왕밤이었다.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숨만 줄이고 있던 방안 녀석들이 여기저기서 킥킥 대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바로 이 순간 이글을 쓰면서 그때의 신비스러운 게 신비라는 거와 지금의 멋을 부리는 게 멋쟁이라는 거와 무어가 다른가 생각해본다. 우박사는 한술 더 뜬다. 멋쟁이가 무슨 새란다. 참새목 되샛과의 한 종으로 한국에서는 드물게 발견되는 겨울 철새란다.

아하! 그래서 한국에는 요즘 멋쟁이가 드문가.......? 그런데?본토 한국에서도 드문 멋쟁이를 여기 북가주에서 어떻게 찾나? 아마 멋쟁이 딱지를 찾는 길은 험하고 길 것 같다. 차근차근 가야 될 것 같다. 일거리 하나 생긴 것 같다.
일거리는 이미 많다. 통일대박 이야말로 큰 일거리다. 겨우 Epic 하나 찾아놓았다. 그래서 말인데 임진은 어떨까?임진왜란.

38선이라는 비극을 궁극적으로 가져온 왜적들의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오게 되는 통일의 시초다. 때문에 Corollary. 또 임진강의 임진은 산호세에서 70마일 만 달려가면 Fort Ord 에 있는 길 이름도 된다. 남북을 연결하는 유일한 큰 강 임진강의 역사와 여기에 관여한 미군들 때문에 만들어진 세상에 이미 잘 알려진 길 이름이다.

대통령은 하늘이 만든다고들 말한다. 통일이야말로 하늘의 힘이 절대로 필요할 것 같다. 때문에 Celestial.

Epic - Imjin - Corollary - Celest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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