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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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인스펙션/누수와 결로현상

2014-08-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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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무더운 날 식탁 위 냅킨 위에 놓인 유리잔에 차가운 얼음물을 따르면 유리잔 겉 표면에 방울방울 이슬이 맺히고 이내 냅킨도 젖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유리잔이 깨지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위로 넘친 것도 아닌데 왜 이슬이 맺히고 심지어는 줄줄 흘러내릴까.

이는 바로 자연 속에서 온도차이로 인해 발행하는 결로현상(Condensation)때문이다. 결로현상은 더운 여름에 실내 수도관 표면에서 많이 목격된다. 이것만이 아니다. 차가운 에어컨디션 도관(Duct)표면에도 방울방울 이슬이나 물방울이 맺혀있는 광경을 보게 된다. 심지어는 때 아닌 겨울에도 결로현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겨울창문을 보자. 추우면 창문에 성에가 끼고 실내가 더워지면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그리고 창틀과 창틀 밑 벽면을 적신다.


일반적으로 누수(Leaks)는 물이 새는 것을 말한다. 일반가정에서는 흔히 상하수관에서 새거나 지붕, 벽, 지하실 균열사이로 물이 흘러들어 오거나 아니면 지나친 습기가 쌓여 누수가 발생하곤 한다. 그런데 결로현상도 심할 경우 누수로 변하곤 한다. 작은 이슬이 쌓여 물방울이 되고 쌓인 물방울은 마치 물이 흐르듯 벽이나 천정을 타고 흐르기도 하고 때로는 흠뻑 적시기도 한다.

결로현상은 우리가 호흡을 위해 들이마시는 공기 중에 포함된 수증기가 차가운 표면에 흡착될 때 발생한다. 다시 설명하면 더운 공기 중에 들어 있던 수증기가 밤에 온도가 떨어지면서 물방울이 되어 나뭇잎에 혹은 잔디위에 마치 밤새 비가 온 것처럼 맺히게 되는 이슬현상을 말한다. 또한 냉장고에 들어있던 멀쩡한 음료수 캔이 냉장고 밖에만 나오면 금세 캔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데 이 또한 바로 결로현상 때문이다.

집 실내에서 발생하는 결로현상은 수도관이나 에어컨도관 뿐만 아니라 지하실에서도 발생한다. 여하튼 집 외부의 온도와 지하실 내부온도차가 클 경우 비오는 날도 아니고 그렇다고 궂은 날도 아닌데 외부에 면한 침실벽면이나 지하실 벽면에 뜬금없이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물방울 현상으로 인해 습해진 집안 내 벽면에 자주 목격되는 곰팡이는 나무구조물이나 석고보드, 벽지를 썩게 하거나 손상시키기도 하고 심한 악취는 물론 심지어는 곰팡이 포자들이 공기 중에 날아다니다가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침입하여 천식 등의 질환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이로 인한 물적, 신체적 피해 또한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번은 지하실을 검사하는 도중에 마루를 떠받치고 있는 나무 대들보가 심하게 썩은 경우를 목격한 적이 있었다. 대들보는 물론이요 주변의 벽면도 썩어 있었고 심지어는 곰팡이로 인해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대들보 상단에 수도관이 지나가고 있었고 그 수도관에 결로현상으로 인해 맺힌 물방울이 대들보를 적신 후 벽면을 타고 내려와 곰팡이까지 슬었던 것. 이러한 결로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지 화장실이나 부엌에서 물이 새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로현상을 방지하거나 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무엇일까. 실내의 상대습도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특히 지하실의 경우 이를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적절한 환풍과 제습기(Dehumidifier)의 사용이다. 즉 습기를 낮추어 줌으로서 지하실벽 표면에 응결현상이 생기는 것을 줄여주는 방법이다.


그러나 겨울동안이 문제다. 각종 전기히터 등의 난방도구나 보일러 혹은 온풍난방 시스템을 사용하다보면 침실 등 밀폐된 공간이 건조해지는 관계로 오히려 가습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이중창이 아닌 창문이나 외부로 통하는 문틈으로 들어오는 냉기로 차가워진 표면에 이들 가습기에서 분출된 습기가 흡착되어 결로현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외부의 냉기가 실내의 벽면에 전달되는 통로를 차단하는 것이다. 즉 외부와 접하고 있는 실내 벽면의 표면온도를 이슬점 온도보다 더 높여 주는 항구적인 방법은 바로 결로 방지용 2중창문과 적절한 단열재(Insulation)의 설치다.

물론 적절한 환풍 장치를 병행하게 되면 그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목욕탕이나 부엌 등 물을 자주 사용하는 곳에서 발생하는 습기는 환풍기를 통해 외부로 배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혹 비오는 날도 아닌데 천정이나 벽이 젖어 있다면 혹 이 곳에 수도관이 지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들 수도관도 단열재로 감싸주면 결로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수도관 단열재외에 일반 건축용 단열재는 거주 지역분포와 장소, 온도의 차이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에 의해 설치되는 것이 원칙이며 결로 방지용 페인트를 아울러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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