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김판겸 기자 ㅣ 친애하는 동포란 말씀은...

2014-08-21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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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북가주에 한인 단체들의 중흥기가 있었다.

1990년 초중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라 할 수 있다.

당시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 체육회, 상공회의소 등이 동포, 체육, 경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었다. 매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새 사업을 추진하거나 기존에 했던 사업들을 더욱 알차게 꾸미는데 주력했었다. 매달 한 두차례 정기이사회를 열며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중흥기가 끝난 지 채 10년도 안된 지금 각 단체들의 위세나 하는 사업은 쪼그라들 때로 쪼그라들었다.


한인회의 경우 일 년에 한 번하는 연례행사 외에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남의 행사에 인사하러 가기 바쁜 모습에, 한국에서 온 정치인들 옆에서 들러리서는 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사회 조직도 조직이라고 부르기조차 창피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북가주 한 한인회는 회장과 일부 이사진들 간의 불화로 기자회견까지 하고 있고, 또 다른 한인회는 회장의 독단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나랑 뜻 안 맞으면 나가라”라는 막가파식 운영을 하고 있어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렇다고 조용히 있는 한인회라고 해서 잘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상공회의소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한인회는 그나마 연례행사라도 있으니 가끔 언론에 나오기라도 한다. 하지만 이 지역 상공회의소들은 꼭꼭 숨어서 뭘 하고 있는지 도통 알길 이 없다. 한 상공의 회장은 ‘나홀로’ 회장을 수년째 하고 있다. 이사회도 이사장도 아무도 없다. 한때 잘나갔던 이 단체가 이렇게 추락에 추락을 거듭해 더 이상 떨어질 곳조차 없는 수준이 됐는데도 전임 회장들이나 이사진 등은 ‘꿀 먹은 벙어리’이다.

다른 상공회의소들도 이사들은 몇 있긴 하지만 하는 사업이 없으니 ‘숙면상태’라 할 수 있다. 그나마 체육회가 그중 낫긴 하다. 옛 영광을 되살리려 노력이라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같이 나 귀찮을 땐(?) 가만히 있다가 행사 준비하면서 필요할 땐 “친애하는 동포여러분”을 외치는 한인 단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에게 동포는 무엇이며, 누구냐고.”

분명한 건 단체가 필요할 때 부르는 이름이 ‘동포’는 아니다. 동포가 필요할 때 옆에 있는 게 단체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각성하고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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