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미주리에 사는 대학 때 친구가 여자 친구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샌프란시스코에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대학졸업 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고선 우여곡절, 산전수전을 겪으며 소아과 의사가 된 친구이다.
지금은 수련의 과정에서 만난 동료 미국인과 결혼해 예쁜 아이들을 낳고 워킹 맘으로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다.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전설 같은 인물이다. 내가 미국으로 건너오기 직전인 2001년 불체자의 신분을 구제받고 6년 만에 한국을 다니러왔을 때 만난 이후로 지난 6월의 만남 또한 14년만인 셈이었다.
도착한 날 2시간가량, 떠나는 날 2시간 동안 그간의 이야기를 쏟아내기에 부족했지만 언제나처럼 오래된 친구와의 만남은 엊그제 만났던 것처럼 공백시간의 길이는 무의미했다. 친구와의 만남은 이후로 꽤 오랫동안 나에게 기분 좋은 엔도르핀과 더불어 생활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어제도 오랜만에 큰아이 친구 엄마들을 만났다. 세, 네 살 때부터 친구들인데 이제는 엄마들끼리 더 좋은 친구들이 되어버린 모임이다. 직장 다니느라, 늦둥이까지 아이 셋 키우느라, 다들 바쁜 일정으로 오래간만의 만남인데 그 또한 편안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중학교친구의 메시지가 왔다. SNS상의 사진들을 보며 댓글을 서로 남겨놓으며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는 오래된 친구이다.
“진아, 언제 한국 와? 보고싶네… 넌 중딩밴드 같은데 안 들어가 봤지? 얼마 전 희영이한테 연락 왔는데”. “우와, 희영이! 카톡으로 한번 연결해봐.”희영이는 중학교 2학년 때 뉴욕으로 이민가서 대학 1학년 때 만난 이후로 연락이 끊어진 친구이다.
오늘 아침, 메시지 알람 소리에 전화기에 눈을 돌렸다. “나는 자러 들어간다. 서로 연락하자.” 한국의 친구가 뉴욕 희영이와 메세지창을 만들었다는 얘기였다.
“뉴욕시간 10시, 지금 엄청 바쁘니 좀 있다 연락할게.” 보고 싶은 친구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으로 쏟아진다. 한명씩 떠올리면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속의 장소와 음식, 그리고 웃고 떠들던 모습들이 줄줄이 이어온다.
벌써 친구들을 만난 것처럼 내 맘이 콩닥거리며 들뜨는 것 같다.
아, 보고 싶다. 친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