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에 시작한 타국에서의 생활, 그래도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어느덧 10년이란 시간이 흘렸다.
유수같이 흐르는 게 세월 이랬나. 아니 벌써!그래도 건강하고 무탈하게 자기 자신을 스스로 격려하며 잘 자라준 아들딸과 지금껏 근면성실하게 가족만을 위해 변함없이 일하는 남편, 정말 내가 무슨 복에...
하지만 결코 녹녹치 않은 이민생활이었다. 난생 처음 하는 외국생활에서 오는 어색함과 불편함으로 가족들끼리 마저도 서로에게서 스트레스를 주던 시간들,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항상 웃음으로만 답해야 했던 시간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외로움들, 언어적 콤플렉스로 혹시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들.
홀로서기라는 야무진 기대감으로 새롭고 낯선 것들에 대한 도전으로 긴장하며 산 세월이었다. 말이 아닌(영어부족으로) 행동이 항상 먼저였고 새로운 것들에 대해 무모하리만큼 적극적인 나의 일상생활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싶다.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좀더, 좀더”라며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던 나. 늘 언제까지 얼마나 더 하면 마침표를 찍을수록 있을까하는 강박관념으로 살고 있는 나 자신을 이런 좋은 기회에 글로써 쉬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웃지 못 할 실수담들, 함께하지 못하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들, 생면부지의 낯선 이들에서 받은 고마움들, 늘 바쁘다는 핑계로 소원했던 이웃들, 타지에서의 인색함으로 베풀지 못한 아쉬움들 그래도 이 모든 것들을 함께 할 수 있었던 나의 보물 같은 가족이 있었기에 의미 있는 날들이었던 것 같다.
서로를 안을 수 있고 함께 하는 것 만으로 힘이 되는 그런 가족이 있으니까.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이국땅에서 살아갈 그날까지 이젠 가족들의 건강을 챙기며 행복한 일상만을 꿈꾸며 초심을 잃지 않고 화이팅하자.
나의 인생아...나의 가족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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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콰이어 합창단 PTA 회장을 맡고 있다. 최현정 지휘자님을 도와 트라이밸리 지역의 청소년 합창단을 위해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여건을 만들어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