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젊은시각 2030] 윤원정 ㅣ 다음 세대를 위한

2014-07-1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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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국에서 몇달전 새롭게 시작한 “리틀 빅 히어로”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이 방송은 주변에 크고 작은 변화들을 가져오는 “영웅들” 을 소개하는 취지를 갖고 많이 알려진 유명인사들이 아닌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매 회 “히어로”로 선정되어진다.

십년 째 족발을 기부하는 족발집 주인 아저씨, 힘든 가정 환경속에서 자라온 아이들에게 농구를 가르치는 과일가게 아저씨 등 겉으로 보기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영웅의 모습을 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멋진 사람들이다.

내게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 히어로는 “열린 옷장”의 설립자들이다. “열린 옷장”은 사람들에게 정장을 빌려주는 말 그대로 열려있는 옷장이다. 이 옷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네명의 30대 중 후반 사람들이며 회사 면접을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하고 정장을 구입해야 하는 20대들을 생각해서 “열린옷장”을 설립했다고 한다.


“열린옷장”은 기부받은 여러 디자인과 사이즈의 정장을 종류별로 정리하여 옷이 필요한 사람들이 만원이 넘지 않는 가격으로 언제든지 옷을 대여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면접 뿐만 아니라 정장을 입어야 하는 각종 행사나 모임에 가야 하는 사람들도 “열린 옷장”을 찾는다.

한 때 고객이였던 사람들이 “열린 옷장”의 좋은 취지에 감명을 받고 나중에 본인 옷장에서 안입는 정장을 기부하러 “열린 옷장”을 다시 찾기도 한다. “열린 옷장”의 설립자들이 다음 세대를 걱정하며 그 세대의 고민들중 한 부분을 현실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하는 그 열정이 인상 깊었다.

옷장을 시작하기 전, 그들도 회사에서 일도 했었고 사회 생활도 했었기 때문에 취직을 위해 비싼 정장을 구매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 이해한다고 한다.나는 그동안 한참 윗 세대만이 금전적인 방법 뿐으로만 다음 세대들을 후원하고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어떻게 보면 아직은 젊은 세대일 수 있는 30대의 사람들인 “열린 옷장”의 설립자들의 행동은 참으로 신기했다.

처음엔 단순한 의구심 부터 들었다. 어떻게 막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고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 잘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면서 다음 세대를 위한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처음엔 차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었던 그들의 열정에 혹시 사업 정신이 투철한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방송이 끝날 무렵에는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어쩌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더 큰 갈등들과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윗 세대가 먼저 손을 내밀어 서로 도우며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또 좋은 본보기를 만들며 다음 세대들을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이 사람들을 닮고 싶어졌다. 나는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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