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재미한국학교협의회에서 주최하는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매년 미국 전역에서 한국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문가들의 특강을 듣고, 자신들이 가르치는 수업기술도 나누는 이 행사는 한국학교 교사들에겐 새로운 자극이 되는 자리다.
서로 다른 주에서 온 선생님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며 미국 전역의 한국 학교 선생님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있는가를 보며 감명 받은 시간이었다. 코리안 아메리칸 2세들에게 한국인이란 정체성을 심어주려는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이 함께 모였기에 더욱 좋았던 시간이었다.
그 일정 중에서 특별하게 잊을 수 없는 시간이 있었다. 재미유태인들이 미국의회가 ‘이스라엘’을 위해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결집하는 로비단체, ‘에이팩’의 활동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관람이었다.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 뒤에는 10년 이상 한인임에도 ‘에이팩’의 주요회원으로 활동하며 미국정계의 생리를 이해하고 에이팩의 활동을 분석하며 재미한국인들에게서도 결집된 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김동석’이란 분이 있었다.
그분의 논리는 이러하다. 재미한인들 역시 유태인들처럼 미국의회에 한국에 유리한 정책을 제안하는 영향력 있는 그룹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정계의 정치인들은 재미한인들이 자신들을 지지하고, 다음 선거에서 힘이 되어줄 그룹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한인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의 의원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들을 찾아가 한국의 입장에 대해 설명하고,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도록 한국방문을 주선하고, 또 기부금을 모아 후원하는 활동을 할 때, 재미한인은 지역 정치인들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정책을 만들고 추진할 때도 재미한인들을 위해, 한국을 위해 일하게 된다.
이 일은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시민으로,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이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하며 힘을 모아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전 세계의 리더역할을 하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뜰 수 있었던 인상적인 시간이었다.
이제 내 아이들에게, 그리고 한국학교에서 마주하는 학생들에게 꼭 전해 주고 싶다. 힘은 만들어내는 사람의 것이라고, 코리안 아메리칸의 힘은 우리들에게 달려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