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주디 이 ㅣ 욕심

2014-07-1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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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것을 정도에 지나치게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되어 있는데, 나밖에 모르는 것이 욕심이요, 가장 미성숙한 상태가 욕심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식탁에서 잘 내다보이는 창 앞에 허밍버드를 위해 빨간 물통을 달아 놓았다. 허밍버드가 들며 날며 앙증맞은 부리를 꽃 구멍에 넣고 물을 마신다. 그 작은 것이 어찌 알고 포르르 날갯짓하며 찾아와 앉는지 나는 종종 넋을 잃고 바라보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놀라운 일을 보았다. 하나가 앉아 먹다가 다른 새가 오면 가만두지 않는다.

설마 했으나 열 번이면 열 번 쫓아 보낸다. 얘들도 밥그릇 싸움인가 보다. 마음이 쓸쓸해졌다. 미련한 것들, 같이 나누어 먹어도 물은 마르지 않을 텐데~ 그러나 모르고 미련하기는 사람이 더 한 것 같다. 사람의욕심이 이런 미물에게까지 전이 되었는가 보다. 욕심은 참으로 끝이 없다.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부를 이룬 사람도, 한 나라의 최고의 지위까지 오른 사람도 욕심은 끝이 없다. 자자손손 몇 대까지 먹을 것을 쌓아놓으면 저들의 욕심이 끝이 날까 자못 궁금하다. 노동자 파업은 종종 들어 봤으나 이제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들도 파업을 한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며 돌볼 수 있다는 것은 부를 이루는 것만큼 귀한 은총을 입은 자라는 자긍심의 손실이다.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자기 잘못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 것은 자기 잘못이라는 말이 맞는가? 가난이 자랑일 수 없고, 한평생 게으른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어쩌면 그 말은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유는 모르지만, 평생 정직하게 열심히 살았어도 가난하게 죽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욕심이 없는 것이 아니고, 능력이 없어서 부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더 정직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능력이 없으니 계속 더 더 하지 않고 이쯤에서 부를 포기 할 수 있으니 다행한 일, 감사한 일이다. 샘물은 길어내어도 마르지 않는다. 내 주머니도 열고 이웃과 나누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해 보고 싶다. 요정같이 예쁜 허밍버드가 싸우지 않고 나란히 앉아 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면 날마다 물을 채워 주느라 바쁘겠지만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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