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분사회 속 꽃피운 예술적 감성

2014-07-0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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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크마 ‘조선미술대전’ - 주제별 주요 작품 ②조선사회

▶ 사대부 문갑서 화려한 공예 장식품까지, 갤러리 초입의 김정호‘대동여지도’ 눈길

신분사회 속 꽃피운 예술적 감성

자수병풍과 이층장, 바느질그릇, 일주반, 화각함으로 단아하게 꾸민 여자의 안방.

신분사회 속 꽃피운 예술적 감성

남자의 서재인 사랑방. 묵포도도 병풍과 문갑, 사방탁자, 문방사우가 정갈하게 전시돼 있다.

‘조선미술대전’의 두 번째 방은 ‘조선사회’(Joseon Society)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두 번째 주제에 속한 전시품이지만 따로 갤러리 초입에 전시돼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1861).

한국 최고의 옛 지도라고 학교에서 배웠던 한반도 지도의 일부분이 전시장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근대적 측량이 이루어지기 전에 사람의 손과 발로 이처럼 정확하게 한반도의 지도를 제작했다니, 놀랍기만 하다.


김정호는 이 지도를 분합이 자유롭게 22첩으로 만들어 상하를 잇대면 도별 지도가 되고 전부 연결하면 전국도가 되도록 제작했다. 또 병풍처럼 접으면 책 크기로 되어 휴대하기 편하도록 제작했고, 목판본(2008년 대한민국 보물 1581호 지정)으로 만들어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했다니 그 정성과 아이디어에 머리가 숙여진다.

‘조선사회’ 전시실은 유교사상에 따라 엄격한 신분제도와 남녀차별이 존재했던 조선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사회는 출신에 의해 크게 4계층으로 나뉘었는데 문관과 무관의 귀족 계층(양반), 궁중 화공, 의원 및 기타 숙련된 전문 인력 등의 2위 그룹(중인), 농민과 장인과 상인들로 구성된 평민(상민), 그리고 노비를 포함하여 출신이 비천한 사람들(천민)이 그것이다.

상류사회의 남자와 여자는 역할이 전혀 달랐으며 집안에서도 안방과 사랑방으로 나뉘어 위치가 결정되었다.

남자들(학자-관료)은 학문과 예술 추구에 집중했고 여자들은 가정사에 전념했다. 이 엄격한 분리가 독특한 예술적 감성과 기능에 미친 영향을 의류, 서안, 문갑, 사방탁자, 공예, 실용 물품들의 전시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왕실 문화가 양반과 사대부 가문으로 스며들고, 점차 아래 계급까지 영향을 미치며 형성된 예술품들이다.

남자만 과거를 통해 정치에 입문할 수 있었고 여자들은 집안에만 국한돼 살아갔던 시대의 가구, 의복, 문방사우, 장식품, 비녀, 족두리, 노리개, 단추와 안경집이 전시돼 있다. 또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이 여러 계급에서 사용됐음을 보여주는 ‘효종대왕 한글간찰’(1638), ‘윤참판댁 답서’(1885~87), 김만중의 ‘남정기’(18세기 중후반)와 함께 아름다운 8폭 자수병풍과 라크마 소장품인 ‘묵포도도 병풍’(최석환 그림), ‘윤봉구 초상화’(1750ㆍ변상벽 그림)를 볼 수 있다.

특별한 것은 조선시대의 다른 전통 공예와는 달리 화려하기 그지없는 화각함(19세기 후반)이다. 화각은 소뿔을 종잇장처럼 얇게 편 후 그곳에 그림을 그리고 가구 표면에 붙여 장식하는 기술로서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꽃피운 공예다. 장, 궤, 함, 농뿐만 아니라 보석함, 경대, 반짇고리, 참빗, 실패 등 주로 여성용품에 많이 사용됐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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