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샤론 초희 김, 자연의 집단지성…무대에 꽃 피우다

2025-08-22 (금) 12:00:00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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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캣서 ‘뮤머레이션스’ 초연

▶ 오페라와 퍼포먼스 아트 녹여
▶ 내달 12일 실험적 공연 선봬

샤론 초희 김, 자연의 집단지성…무대에 꽃 피우다

‘뮤머레이션스(Murmurations)’

한인 퍼포밍 아티스트이자 작곡가 샤론 초희 김(Sharon Chohi Kim)이 오는 9월 12일 오후 8시 레드캣(RedCat)에서 신작 ‘뮤머레이션스(Murmurations)’를 초연한다. 이번 공연은 자연계의 분산적이고 적응적인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아 집단지성과 형태 변환에 대한 명상적 탐구를 선보인다.

‘뮤머레이션스’라는 제목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찌르레기 떼가 자발적으로 형성하는 군집 비행을 뜻하고, 다른 하나는 낮고 지속적인 소리들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김 작가는 이러한 이중적 의미를 통해 자연의 지혜와 집단적 움직임의 아름다움을 무대 위에서 재현한다.

공연에서 김 작가는 작곡가이자 퍼포머로서 라이브 보컬과 전자음악을 믹싱하며, 스테파니 잘라텔의 안무와 제니퍼 베워스가 디자인한 영상 프로젝션이 어우러진다. 특히 버섯 포자와 이끼 같은 유기체 시스템의 질감과 행동 양식을 연상시키는 영상이 극장 전체에 레이어드 형태로 투사되어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김 작가는 “몸들이 소리와 움직임의 반응적 협상 속에서 공명한다”며 “이는 자연계의 분산된 지능에서 배우는 형태 변환에 대한 명상”이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공연은 약 60분간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며, 관객들은 25달러의 티켓으로 이 독특한 예술적 경험을 감상할 수 있다.

샤론 초희 김은 몰입형 실험 오페라, 퍼포먼스 아트, 즉흥연주, 사운드 아트, 그리고 움직임과 목소리를 통한 장소 특정적 활성화의 교차점에서 작업하는 아티스트다. 최근 모카(MOCA)의 게펜 컨템포러리에서 신작을 초연했으며, LA 필하모닉 인사이트와 GYOPO의 협업 프로그램인 ‘디아스포릭 리프랙션스(Diasporic Refractions)’에도 참여했다.

그녀의 활동 무대는 매우 다양하다. 게티 센터, LA 필하모닉, 해머 뮤지엄,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 디 인더스트리(The Industry), 롱비치 오페라, 와일드 업(Wild Up), 휴먼 리소스 LA, 게티 빌라, 더 브로드, 레드캣, LA 마스터 코랄, 베르그루엔 인스티튜트, 할리우드 볼, LA 오페라, 에포크 갤러리, 포 라크스(Four Larks), HEX 등과 작업했다. 특히 터널, 정원, 심지어 물속에서까지 공연을 펼치며 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 접근을 보여왔다.

김 작가의 퍼포머이자 작곡가로서의 작업은 뉴욕 타임스, 뉴요커, KCET, KCRW, 뉴 클래식 LA, SF 클래시컬 보이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주요 매체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는 그녀의 작업이 단순한 실험을 넘어 현대 공연예술계에서 인정받는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뮤머레이션스’ 공연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집단적 움직임의 아름다움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제시한다. 찌르레기 떼의 신비로운 군집 비행처럼, 개별적인 요소들이 어떻게 하나의 아름다운 전체를 만들어내는지를 음악, 움직임, 영상을 통해 시각화한다.

특히 이 작품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인간 사회가 재발견하게 된 연대와 집단지성의 중요성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시의성을 갖는다. 자연계의 유기적 시스템에서 배우는 지혜를 통해, 인간 사회의 미래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레드캣에서 펼쳐질 이번 공연은 샤론 초희 김의 예술적 여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과 기술,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그녀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가 ‘뮤머레이션스’를 통해 어떤 새로운 경지를 선보일지 주목된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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