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이 주디 ㅣ 해바라기 꽃
2014-06-17 (화) 12:00:00
해바라기처럼 적극적으로 태양을 쫓는 꽃도 흔하지 않다고 한다. 해바라기의 꽃말은『숭배와 기다림』인데 꽃말에는 고대 그리스의 전설이 있다고 한다. 어떤 연못에 그리디와 우고시아라는 두 요정 자매가 살고 있었는데 동이 틀 때가지만 연못위에 나와 놀 수 있다는 규율을 어기고 말았다. 동이 트니 태양의 신 아폴로는 두 자매에게 따뜻이 미소를 보냈고 그들은 아폴로의 미소에 넋을 잃고 서로 그의 사랑을 차지하려고 싸우기 시작했다. 언니는 동생이 규율을 어겼다고 바다의 신에게 알렸고 동생은 노여움을 사 죄수로 갇히게 되었다.
언니는 이제 아폴로의 환심을 혼자만 사려했으나, 그녀의 사악한 마음을 눈친 챈 아폴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아홉 낮, 아홉 밤을 우뚝 선 채 아폴로의 사랑을 애원했다. 그러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발이 땅에 뿌리 박혀 한 포기 꽃으로 변해버렸으니, 이 꽃이 해바라기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중학교 때 운동장 뒤 공터에 해바라기 밭이 있었다. 어느 날 그 해바라기 밭고랑에서 친구와 사진을 찍으며 놀다가 갑자기 해바라기 꽃에 반해 버렸다. 그 후로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꽃은 해바라기이며 좋아하는 색은 노란색이 되었다. 키가 커서 좋았고 다른 꽃들과 구별 지어져서 좋았다. 언제나 태양을 향하여 서 있는 조용하지만, 열렬히 사랑할 줄 아는 것이 참 좋았다.
사춘기를 지나 사랑을 꿈꾸던 나이가 되어서는 꼭 해바라기 같은 사랑을 해보리라, 그렇게 내가 열렬히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람을 꿈꾸곤 했다. 나는 젊은 한때 빨강 꽃도, 그리고 노란 꽃도 되고 싶었다. 그러다가 하얀 방울꽃을 보면 당황하고 키가 큰 꽃을 보면 발 돋음 하다가 보니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었다. 어른이 되어 신앙을 갖고 부터는 해바라기와 같이 신실한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갖기를 소원했다. 열렬히 사랑할 만한 대상을 찾은 것이다. 해바라기는 성숙한 꽃 같다. 화단과 들에 그 많은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과 향기를 자랑하며 시샘을 해도 한 올 흔들림 없다. 의연히 서 있다가, 때가 이르면 잎은 말없이 흩어지고 까맣게 씨를 맺는다. 지금도 나는 해바라기 닮기를 소원 한다. 이제는 나이 지긋 하니 해바라기처럼 비가 오나 바람이부나 요동 없이 한 곳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