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강혜리 ㅣ 운전면허
2014-06-12 (목) 12:00:00
요즘 나는 생애 처음 운전연습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왜 이제야 운전면허를 따겠냐고 하겠지만 나름 평생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살겠다는 무지막지한 계획을 접고 내린 큰 결정이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딱히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살아가는데 좀더 편리할 것 같아서이다. 굉장히 당연한 이유다. 지금은 이렇게 당연한 것이 어렸을 땐 이상하리만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운전은 나에게 위험해 보였고, 대중교통이 발달한 지역만 다니다 보니 운전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렇듯 언젠가부터 내 나름대로 신념이라 지키던 것들이 해가 바뀌면서 그저 어린 나의 고집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주 생각이 변해가고 있다. 내가 성장해서 생각이 바뀌고 있는건지, 아님 나의 모습들을 하나씩 잃어 버리고 있는 건지 모호해졌다. 나는 점점 남들과 비슷해져 갔고, 오히려 그들의 신념을 지키는 사람들을 보고 ‘고집불통, 꽉막혔다’며 흉을 봤다. 물론 나이가 나이인 만큼 성장하고 있는 부분들이 더욱 많겠지만 가끔 나만의 특성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분명 어릴적 한밤중에 거하게 취하셔서 들어오시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나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 했지만 나도 모르게 대학생이 된 후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럴땐 내가 세상을 이해하고 있는건지 아님 초심을 잃고 다른 사람들에게 물들고 있는건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생각이 이렇게 자주 바뀌니 정말로 내 생각이 있기나 했나 생각도 든다.
어렸을 땐 고집이 세단 말도, 뚝심 하나는 최고란 말도 자주 들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우유부단 해졌는지 참 난해하다. 내 생각을 지킨다고 하지만 하루에도 몇번씩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가면서 확신했던 것들이 흩어져 가는 것만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이러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좀 더 독서를 하며 내 신념을 더 단단히 다져놓기로 했지만 어떠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또 다른 고민이 쌓인다. 이럴때 일수록 두려움을 버리고 도전정신을 키워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나에겐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유부단하게 우물쭈물 하다가는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잃는다는 사실도 알지만 왜 이렇게 힘든걸까? 그래도 두려워하기 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무언가에 도전하고 시작하자 또 마음먹는다. 오늘 당장 지금부터라도. 아, 물론 운전면허부터 따야 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