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여름, 나는 초등학교 4학년때 LA로 이민을왔다. 그때 내 나이 10살 이었으며 한창 국어와 책읽기에 관심이 제일 높을 때 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한국어로 표현하는게 가장 편했고 자연적으로 학교친구들 눈엔 나는 말그대로 ‘말이 통하지 않는 애’였다. 초등학교 당시 한국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들 은대부분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유치원때 이민을 온 친구들 이었다. 그나마 한국인 피가 흐른다고 해서 그들과 서로 공감할 수 있겠다는 나의 바람은 처참히 무너졌다. 나는 그들처럼 2세가 아닌, 1.5세라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다.

1.5세로 살면서 다른 이들이 나에게 인종 (race)을 물으면 난 생각할 필요도 없이 한국인 (Korean)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LA 한인타운에서 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것도 있겠지만, 나는 어디를 가서도 정말 ‘한국적인 한국인’이였다. 따라서 고등학교에서도 한인이 아닌 다른 친구들 포함 2세 한인 친구들에게도 나는 ‘한국애’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랬던 나에게 대학생활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나처럼 한국적인 유학생이 많다고 해서 나가본 한인동아리에서 10년 넘게 ‘미국물’을 먹은 나는 한국인이 아니었다. 나는 문화적으로도 유학생들과 너무 달랐다. 그 이후 나자신을 한국계미국인(Korean American)이라고 칭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호칭도 몇몇 2세들은 불편해 했다. 이도저도 아닌이가 된 기분에 나 또한 불편해졌다. 가끔 너무 혼란스러워서 ‘나보고 어쩌라는거야’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꾸준히 다양한 인종학 수업을 들으면서 난 깨달았다. ‘왜 내가 다른 이들이 나에게 꼬리표를 붙여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결국 내 의사가 제일 중요한데.’ 여태까지 남들에게 의지하고 그들에게 평가받기를 기다렸던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다. 나자신은 내가 제일 잘 아는데 도대체 누구보고 날 알아차려 달라고 했던건지 내가 생각해도 참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그 이후 나는 남들이 나를 뭐라 부르던 상관하지 않았다.
누가 뭐라던 나는 한국계 미국인, 1.5세이고 나는 그런 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