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최초의 남침례교단 수장 탄생할까?
2014-06-04 (수)
다음 주 볼티모어에서 열리는 남침례교단(SBC) 총회의 사흘 째인 10일은 한인 침례교회, 나아가 미주 한인교계 전체에도 매우 큰 의미가 있는 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최대 개신교단으로 알려진 SBC의 수장격인 총회장을 뽑는 선거에 한인 목회자로는 최초로 워싱턴 지구촌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김만풍 목사(사진)가 출마하기 때문이다.
1,600만 미국 침례교회 성도들을 한인 목회자가 대표한다는 것은 결코 미국 교회사적으로 작은 일일 수 없다. 공식 통계 인구가 150만명이 채 안 되는 미주 한인사회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거기에 덧붙여 한인 SBC 교회들이 이번 총회장 선거에 더욱 기대를 갖게 만드는 것은 김 목사의 당선 가능성이 작지않다는 점이다. SBC 교단의 속사정을 잘 아는 한 한인 목회자는 “남침례교단이 소수민족에게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목회자들이 김만풍 목사를 차기 총회장으로 추천한 것이 결코 교단 내 타인종을 의식한 구색 맞추기용이 아니라는 얘기다. 투표장에서 확실한 김 목사 지지표라고 분류될 수 있는 한인 총대 숫자가 많지는 않겠지만 이민자 교회를 담임하는 소수계 목회자라는 이유가 이제는 결코 약점으로만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주변 관측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건강한 교회 만들기 23년
김만풍 목사가 소위 주류 교회 출신의 총회장 후보들과 견주어 부족하지 않다는 분석은 김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워싱턴지구촌교회의 현황을 살펴보면 타당성을 얻는다.
우선 메릴랜드주와 델라웨어주를 통틀어 가장 큰 침례교회인 워싱턴지구촌교회는 SBC 소속 교회 중 협동선교비(CP)를 교단에 가장 많이 내는 교회 중 하나다. 지원하는 해외 선교사는 50여명. 한인이 다수인 소수민족 교회임을 감안하면 인상적이다. 김만풍 목사가 1993년 부임한 이후 교회가 꾸준히 성장하며 지역사회 발전과 복음화, 선교에 앞장서왔음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볼 수 있다.
김 목사 개인적으로는 북미선교위원회가 목회자들로 구성한 ‘복음화 특별전담팀’의 멤버로 일했고 2012년과 2013년에는 SBC 조정위원회(Resolutions Committee) 위원으로 있었으며 남침례교신학대학원, 미드웨스턴 신학대학원 등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등 활발한 교회 내외 활동으로 리더십을 인정받아왔다.
교단 내 인종 구성의 변화
총회 선거 당일 김 목사를 후보로 공식 추천하겠다고 발표한 드와이트 맥키식 목사에게도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텍사스주 알링턴에 소재한 대형 교회 ‘코너스톤침례교회’를 이끄는 맥키식 목사는 흑인이다. 성도들도 흑인이 다수다.
그는 김 목사를 총회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급속도로 다변화되고 있는 남침례교단을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최초의 흑인 총회장으로 기록된 프레드 루터 목사의 뒤를 이번엔 아시아계인 김만풍 목사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목사도 남침례교단 인터넷 신문인 ‘뱁티스트 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인종, 다국가로 구성된 교단 내 교회들의 유대를 증진하고 ‘다양성 내에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을 최고 목표로 꼽았다. 이제는 SBC가 백인 성도들의 전유물이 될 수 없고 예수님의 지상 명령을 위해 화합과 협력을 하지 않으면 교회가 희망이 없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표방한 것이다. 이같은 김 목사의 비전이 선거 당일 얼마나 총대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나 많은 기대를 모으는 것도 사실이다. 흑인교회 총대들을 포함 소수계 표들이 몰리고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개혁적인 백인교회들이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팔을 걷어붙인 한인교회들
다시 오기 어려운 ‘한인 총회장 선출’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인교회들도 막바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총회가 다음 주에 열릴 예정이어서 캠페인이나 로비를 벌일 충분한 시간은 없으나 지역 미국교회들을 대상으로 나름 표밭 관리를 하고 있다.
메릴랜드 서버나 파크에 소재한 풍성한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윤병남 목사는 “지역 미국교회들을 대상으로 김만풍 목사 지지를 당부하면 반응이 좋다”며 각 지역 한인교회들도 비슷한 노력을 기울여주길 당부했다.
한인교회들이 숫자상으로는 총회 당일 선거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지만 주변 침례교회들을 설득하면 간접 효과들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윤 목사는 믿고 있다.
물론 총회장에서 한 표를 직접 행사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총회에 소속돼 협동선교비를 정기적으로 납부해온 교회라면 ‘메신저 카드(messanger card)’가 발급되는데 이를 확인한 후 10일 오전 10시30분에 첫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김만풍 목사와 경선을 벌일 후보는 아칸소주 출신의 라니 플로이드 목사와 켄터키주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재럿 모어 목사로, 이들은 김 목사에 앞서 언론에 총회장 출마가 발표됐었다.
2014년 총회 홈페이지 http://www.sbcannualmeeting.net/sbc14/default.asp
장소 One West Pratt Street,
Baltimore, MD 21201
볼티모어 컨벤션 센터
<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