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는 미국 생활] 박종영 ㅣ 삶과 죽음의 갈림 길에서
2014-05-21 (수) 12:00:00
나의 78년생의 반은 나를 낳아준 조국에서, 그리고 나머지 반은 낯설고 물 설은 이 미국 땅에서 살면서 겪은 2005년 5 월의 얘기 이다. 생후 70 여 년 동안 수 없이 경험한 즐거움과괴로움이 있었으나, 그 해와 그 달은 너무도 처참하고 잔인했던 달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달이다.
이른 아침 Golf 를 치며 걷다 보면 둘째나 셋째 홀을 지날 때면 가끔 가슴이 뜨끔 뜨끔하여 이상하다 하면서도 서너 홀을 지나면 거짓말 같이 멀쩡하기를 6 개월쯤 지났을까? 하루는 지나가는 말로 집 사람에게 “여보 나 걷다가 가끔 가슴이 뜨끔 뜨끔 하다가 없어지곤 해,” 하고 말하니 깜작 놀라며 당장 의사에게 연락해서 자문을 받으라는 무서운 명령(?) 을 한다. 마지못해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어 대충 얘기를 하니 의사도 깜짝 놀라는 음성으로 당장 자기에게 오라는 명이다. 얘기를 듣던 주치의 선생 즉각 Oakland 의 Kaiser 병원에 Computer 로 상황을 전송 한다. 집에 돌아오는데 당장 병원으로 오라는 것이다.
만사를 제치고 달려가니 Treadmill 에 세우고 심장에 셀 수도 없는 많은 부착물을 부치고 Computer 에 선을 연결하고 서서히 걸으라는 지시에 따라 걷기 시작하니 점차 속도를 가한다. Computer 가 Chart에 낮고 높은 곡선을 기록 한다. 검사가 끝나자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다음의 수술을 담당할 의사에게 기록된 Chart 를 전송 한다.
몇 일후 병원에 도착 수술대에 실려서 수술실에서 마취주사를 꽂는 순간 지그시 눈을 감고 아직까지 살아온 인생을 회고해본다. 70 여년의 인생이 주마등같이 이어진다. 오른쪽 사타구니에 있는 동맥을 잘라서 그 동맥사이로 염색소를 넣으며 TV Monitor 로 동맥을 통해서 들어가는 염색소의 흐름을 관찰하면서 심장에 붙은 동맥 4 곳이 막혔다는 그림을 설명한다. 결론은 수술로 Bypass 를 해서 혈액을 순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며칠 뒤 수술 일자가 결정되어 다시병원을 찾으니 간호원 들이 수술대를 밀고 들어간다. 2000 여명의 심장을 수술한 경험이 있다는 의사선생이 내게 배당 된 것이 천만 다행이구나 하는 안도감이 찬 수술대가 따듯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입에는 산소 Mask 가 덮어지고, 팔에는마취주사 바늘이 꽂히고 하는 동안에 나의 삶과 죽음은 오로지 주님께 의지하며 나는 이미 꿈나라로 떨어져 버렸다.
장장 4시간의 수술을 끝내고 나온 의사는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딸과 집사람에게 “I have a bad news for you" 하며 청천벽력 같은 말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니 직감적으로 아! 이 사람은 이미 저 세상으로 갔구나 하고 실의에 빠지려는데 “Mr. Park 은 당료가 심해서 안에서 출혈이 멈추지가 않아 다시 수술을 해야 한다” 며 다시 수술실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또 3시간 30분의 수술을 끝내고 나는 회복실로 실려 나왔다. 7 시간 반을 아무의식도 없이 숨을 쉬고 있는 송장이나 다름없는 무용 지 물 의 반 시체나 다름없는 물체였다. 보통 환자는 일주일 이면 퇴원을 하는데 나의 경우는 21일을 응급실 침대에서 누워 30파운드의 체중을 잃고 드디어 이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올 수 있었다. 그 후의 얘기는 접어두고. 죽을 고비를 2 번이나 넘기고 두 번이나 신부님의 종부성사를 받고 아직까지 이 세상에서 호흡을 하고 있음을 주님께 감사하고 입원 중 많은 교우 들 과 학교 선 후배들의 병원 방문, 가정방문을 통 하여 기도와 용기를 준 모든 분들에게 태산 같은 많은 빚 을 지고 사는 날까지 열심히 착하게 살아야 그 분들에게 보답 하는 길이라 생각 한다. 병원에 입원을 하고 있는 동안 나는 미국 이민생활 30여년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하던 좋은 친구와, 또 10 여년을 국적은 다르지만 형제같이 지내오던 두 사람을 저 세상으로 보냈다.
2005년 5월은 정말로 나의 인생에서 가장 잔인하고 서글펐던 달이였다. 30 여년을 같이 하던 친구는 내가 입원을 하고 있을 때에 병원에 정기검사를 왔다가 내 병실을방문하고는 “나 이제 얼마 못살아” 하고 나간 후 3 일 만에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그 장례에 참석 했던 많은 친구들은 해골같이 여윈 나를 보며 다음 장례순서는 박종영 차례라고들 수근 거렸다고 한다. 사람은 이 세상에 나올 때는 순서가 있어도 저 세상으로 갈 때는 순서가 없다는데. 나도 언젠가는 저 길을 따라 갈 텐데. 만나면 헤어지고 산자는 반드시 죽는다고 했던가. 나를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고통으로 시련 받게 하던 2005년 5월이여! 주님! 이제는 오직 착하고 좋은 일만을 벗 삼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살다 이 세상을 마감 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