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한 자식은 끝까지 사랑해야죠”
2014-05-02 (금)
멕시코 동쪽 유카탄 반도의 대도시 가운데 하나인 메리다에서 25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카칼첸. 이 마을 중심에 ‘나다나엘 선교센터’가 서 있다.
건물만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것이 아니라 6,000-7,000여 주민들이 큰 일이 있을 때마다 모이는 곳이요, 정치인들의 연설 장소요, 주민들에게 필요한 각종 세미나와 교육 관련 행사들이 벌어지는 곳이다. 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김승석 선교사(사진 왼쪽). 와싱톤한인교회(김영봉 목사)로부터 2010년 파송 받았다.
주 사역은 방과후학교 운영. 200여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등록돼 있다. 다른 한인교회들이 선교지에 세운 방과후학교들과 외견상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규모가 작지는 않다는 피상적 관찰 외에 조금 만 더 자세히 학교의 역사에 귀를 기울여 보면 예사롭지 않은 일들이 발견된다. 한 마을 전체가 ‘하나님의 도시(City of God)’으로 변해가는 감동의 스토리들 이 많다.
“1997년이었죠. 8개 워싱턴과 노스 캐롤라이나 지역 한인교회들이 연합해 유카탄으로 선교에 나섰어요. 와싱톤한인교회가 단독으로 선교를 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부터였습니다.”
26년전 구성된 첫 선교팀에 합류했던 한인섭 장로의 설명이다. 이렇게 시작된 선교는 지금까지 이어져 김승석 선교사에게로 이어진 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초기의 열정과 비전은 새로워졌고 중장기 계획이 2002년부터 본격 추진됐다. 김 선교사가 부임하기 전인 2005년에 장태전 장로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다니엘 최 선교사가 책임자로 있었다.
“카칼첸은 와싱톤한인교회가 입양한 마을이라고 보면 됩니다. 20년 넘게 와싱톤한인교회는 변함없는 사랑으로 카칼첸을 섬겨왔어요. 지금은 교회가 마을과 거의 동화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저를 파송한 교회이기는 하지만 선교의 모범이 되는 것 같아 자랑스럽습니다.”
김승석 선교사의 영어 이름은 카일 윌슨. 미국 부모에게 입양됐다. 자신도 두 명의 10대 청소년들을 입양해 기르고 있다.
제 몸에서 나오지 않은 아이들을 데려다 똑같은 마음으로 키우는 진정한 사랑을 체험한 그에게 카칼첸은 ‘입양된 마을’과 같다. 그러니 속을 썩여도, 문제가 많아도 떠날 수 없다. 자식이기 때문이다.
감사한 것은 와싱톤한인교회 성도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교회 성도들은 방과후학교 학생들을 하나씩 맡아 지원하는‘후원 결연’ 사업을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히 몇년 물질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이어지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나다니엘선교센터는 2007년 7월에 설립됐고 방과후학교는 그해 9월 문을 열었다. 스탭 11명, 청소년 보조교사가 15명, 자원봉사자가 3명. 얼마 전부터는 캐나다 출신 봉사자가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다.
비용은 일주일에 10 페소. 1달러도 채 안 된다. 간식비만 하루에 한 사람 당 2-3달러가 드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무료지만 이것도 힘들어하는 가정이 많다. 영혼구원과 하나님 사랑 안에서 소망을 품게 하는 목표로 운영되는 학교이니 한번 입학하면 ‘끝까지’ 책임진다.
최근엔 고등학교를 졸업한 8명 중 3명이 일 년 간 다른 지역에서 선교사로 일하겠다고 자원해 주위를 기쁘게 했다. 장학금을 포기하며 내린 결단이라 더욱 값진 것이었다. 이같은 학생들의 신앙 성숙과 변화는 장태전 장로가 일하던 시절부터 멘토링을 하며 꾸준한 투자를 했기에 가능했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할 곳이 없어 떠나는 청년들을 붙드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오는 7월 60여명의 와싱톤한인교회 성도들은 카칼첸을 방문할 계획이다. 그달 19일 졸업식에 참석하고, 증축된 시설을 돌아보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캠프도 열지만 무엇보다 마을 전체와 함께 하는 대축제를 예상하고 있다. 미주 한인교회와 멕시코의 작은 마을이 오랜 기간 신뢰와 사랑을 쌓아 진짜 하나가 됐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앞서고 있어서다.
“이제 시작이죠.”
김 선교사는 지금까지의 열매가 감사한 일이지만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앞으로 은퇴 한인들이 모여 거주하며 마을주민들을 돕고 교류하는 타운을 구상하고 있고 선교 사역도 글로벌 시대에 맞춰 계속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김 선교사는 “가난한 마을이지만 아이들은 애플 컴퓨터와 태블릿을 쓰고 킨들로 책을 읽고 있다”며 “우리 생각이 아닌 그들의 필요에 따라 전략을 수립하고 정책을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