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해선 칼럼] Best Friend

2014-04-29 (화) 12:00:00
크게 작게
오랜만에 옛 친구가 찾아왔다. 젊었을 때에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서는 죽치고 앉아 대략 1주 2주는 뗑깡 부리고 가던 친구다. 헌데 나이가 들면서 철이 드는지 요즈음은 뜨음했었는데 이번에 느닷없이 찾아 온거다. 이 친구(C) 가 와서 하는거 라고는 방 하나를 차지하고 떡 버티고 앉아 임금님 행새를 하는거다. 더구나 이번에는 RD 라는 자신의 친구 한명을 데리고 왔다. 허나 아무리 친구가 좋아도 할 일이 많은데 이들과 한가히 놀수는 없는거다. 어떻게든 빨리 빠이빠이 하는게 상책이다.

그러자면 꼬꼬댁 닭이다.
C 는 아스피린과 닭을 되게 싫어한다. 그래서 켄터키 푸라이 치킨, 본촌 매운 튀김닭, 버팔로 치킨 윙, 거기에 캠불깡통 치킨누들 수프. 이런게 매일의 메뉴다. 그래도 안가면 솜씨를 발휘한다. 마틴 얭 스타일의 아주 간결한 고메이 삶은 닭을 내놓는다. 기름끼라고는 두눈 비비고 찾아도 보이지 않고 은은한 생강 냄새와 살짝 왔다가 갔는지 아닌지 하는듯한 참기름 여운이 남는 닭고기를 예쁘게 썰어 상콤한 간장 쏘스에 맛을 낸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비장의 카드는 쟈크 페팽 - 플러스 알파 - 의 불란서 닭요리 와 꼬냑.

우선 살이 통통한 닭 한 마리를 구한다. 가능하다면 Cage Free 로 자유 방탕하게 자란 아가씨 치킨을 고른다. 얼지 않았던게 물론 좋다. 바닷 소금으로 온몸 스킨케어를 해주고 마악 끓을려 하는 냄비물에 풍덩 하고 불을 껀다. 15초? 30초? 더 이상은 안된다. 꺼낸 치킨을 도마위에 놓아 정신 차리게 잠간 식히다가 수돗물에 냉수욕을 거쳐 말끔하게 물기를 뺀다.


그리고는.....

드디어 친구 C 는 떠난다. 그런데 RD 는 여전히 남아있다. RD 는 오는 순간 부터 컴퓨터에 붙어 산다. 그리고 보니 C 때문에 오래동안 컴퓨터와 헤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간만에 침대에 걸쳐 앉아 도시바 뚜껑을 열고 전원을 넣는다. 우선 이메일을 점검한후 아래한글을 열어 한국일보에 가는 칼럼을 생각한다. 그리고는 전화로만 하던 Business 파일을 열기 시작한다. 선뜻 소름이 끼친다. 예감이 나쁘다. 이것 저것 파일을 여는데 하나도 안열린다. 맙소사! 요즘 항간에 나도는 문제의 바이러스 Heartbleed 라는 것에 걸린건가? 아들 녀석을 부른다. 한동안 만지작 하더니 머리를 저으며 말한다. “아빠 Ransom Demander 에 걸린거야. White House 의 컴퓨터도 이악당에 걸려 돈 보내고 고쳤다고 들었어.“ Ransom Demander? 결국 ‘RD?’ 지금 요구하는 금액을 한달 안에 안내면 2배로 오른다는 공갈이다. 다만 무슨 이유인지 한글 파일은 OK. 후유, 50년... 살았다... 속옷이 젖어 있다.

부랴부랴 사무실로 온다. 성한 컴퓨터가 하나도 없다. 몽땅 이악당에 걸려있다.

오박사에게 SOS 를 보낸다.

“제가 없는동안 바이러스가 많이 들어왔네요.” 오박사는 바이러스를 포함해서 잡동사니까지 무려 150여 불한당을 해결한다.
“문제는 이 컴퓨터가 아니라 갖고 계신 다른 컴퓨터예요.” 진단이 나온다.

아하! Dropbox 나 Skydrive 등등 Cloud Storage 때문이란다. 집에 있는 컴퓨터 에 이 악당이 침입 하면서 Cloud storage 를 공유하는 모든 나의 전자 기기에 자동적으로 침입하는거다.

컴퓨터 핵킹, 영원한 전쟁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