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윤지서 l 사랑합시다, 그리고 행복하자고요
2014-04-28 (월) 12:00:00
세월에 떠밀려 종종 걸음으로 살다 허리 한번 펴며 고개를 들어보니 사방은 아무리 둘러봐도 같은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참 많이 변해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다르게 느껴지고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겉모습이야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생각의 폭과 반응하는 내 마음도 젊었을 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변해 있는 나를 발견하고선 내 스스로도 당황스러움에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던 때가 많다. 눈물도 많아졌고 좋은 일과 기쁜 일을 만나면 감사하는 마음이 나에서 주변으로 옮겨지더니 어느새 더불어 사는 삶에 살짝 기대어 조금은 속도를 줄여가며 걷고 싶어진다. 요즈음 난 나이듬과 계절이 변하는 체감온도를 내 마음가짐에서 느끼곤 한다. 하지만 이런 내가 싫지 않다. 얼마 전부터는 꺼려하던 페이스북에 첫발을 내밀고 만나는 친구들에게 건강관리 홍보대사를 자처해가며 "건강 합시다, 운동합시다"를 외치면서 열심히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나에겐 자칭 건강관리 홍보대사 말고 한국음식 홍보대사라는 타이틀이 또 하나 있다. 지인을 통해서든 우연히 알게 되는 사람이든 상관없다.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사람을 만나면 기쁘고 고마운 마음에 음식도 챙겨주고 직접 초대해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시간이 가고 해가 거듭될수록 내 식탁에 초대되는 이곳 친구들의 숫자가 하나 둘씩 늘어나지만 손이 바빠지는 만큼 서로를 향한 열린 마음 또한 풍성해져서 김치찌개가 끓고 있는 내 부엌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들락거리는 친구들도 생겼다. 음식을 나누고, 추억을 나누고, 서로의 다름이 우리에겐 오히려 큰 행복과 축복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가면서 말이다. 뒷마당에 있는 자그마한 텃밭에 허브를 심는다. 바람을 타고 코끝으로 전해지는 흙냄새가 달콤하니 왠지 살내음이 나는 것도 같다. 사람들 사이의 섬, 이제는 그 섬을 넘어 사랑을 만나고 싶다. 오래오래 소통하며 더 많이 사랑하며…. 이제는 정말이지 그렇게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 또한 지금까지 부족한 글을 읽어준 한국일보 독자 여러분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