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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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꽃제비 직접 구출 노력”

2014-04-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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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 목숨 걸고 영상물 제작
‘천국의 국경을 넘다’ 국제영화제서 주목 받기도


김성은 목사(사진)는 북한의 내부를 가장 정확히 보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그가 보았고 지금도 확인하고 있는 것들은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실체에 가장 접근한 정보들을 입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그 점이 중요할까? 북한을 모르면, 혹은 오해하고 있으면 대북관계, 나아가 탈북자 구출에 있어서 수많은 희생,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북한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끔씩 들려오는 예상치 못했던 비극적 결말은 이런 무지에서 비롯된다.
김 목사는 “아직도 15년 전 고난의 행군 시절의 얘기를 단골로 써먹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북한 주민들의 고생담을 얘기하느라 대량 아사자가 나고 탈북이 줄을 있던 옛날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곳곳에 장마당이 열려 한국 화장품, 돼지머리, 냉장고까지 거래되고 있다. 대도시에는 택시들이 있고 장사로 돈을 모으는 이른바 ‘돈주’라는 신흥 부유세력도 생겨났다. 지금은 굶어죽는 사람이 거의 없는 북한의 현실은 전혀 감안하지 않고 지금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15년 전의 굶주린 주민들의 사진을 홍보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정보 부재만으로 탓할 수는 없다.
김성은 목사가 16년 전 설립한 갈렙선교회는 크게 활동 방향을 바꿨다. 이런 문제들을 무시하고 지금까지 해오던 식의 선교와 탈북자 구출로는 피해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피해자는 탈북자 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가족, 탈북 여성들과 결혼한 중국인 가정, 탈북 고아, 한국 지원단체 등 예외가 따로 없다.
이런 이유로 갈렙선교회가 주력하는 것은 정확한 실상을 담은 자료 수집이다. 그 가운데는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현장’에서 찍어오는 것이 중요한 사업이다. 그런 노력 속에서 조선일보와 협력해 제작한 ‘천국의 국경을 넘다 2-밀항’이라는 타이틀의 영상물은 2011년에 나왔다.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수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영상물은 생사를 오가는 긴박한 순간들을 가감 없이 담았다는 점에서 가치를 더욱 인정받는다. 워싱턴에서는 얼마 전 한미과학재단에서 시사회를 가졌고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도 소개됐다. 김 목사는 이 모임에 초청 받았다.
갈렙선교회의 탈북자 구출 사역 대상도 바뀌었다. 어른에서 아이로, 중국에서 북한으로. 우선 의식 형성 시기의 아이들을 바른 시민 교육, 인성 교육, 신앙 훈련으로 온전한 통일의 일꾼을 키우자는 목적이 있다. 또 중국 내 탈북자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탈북 여성이 선한 남편을 만나 잘 살고 있는 중국인 가정을 힘들게 하고 때로는 파괴한다는 것도 알게 돼 이 사역은 다른 단체들에 넘기고 도움의 손길이 없는 북한 내 꽃제비들을 직접 구출하고 있다. 정확한 숫자를 밝힐 수는 없어도 10여년 이상 성공적으로 구출 프로젝트를 해올 수 있었던 것은 김 목사가 구축한 탄탄한 네트워크와 인맥, 신뢰 덕분이다. 그중에는 탈북자 출신인 아내가 있다. 아내는 2000년 두만강가에서 만났다. 성경 100독반에 있던 그녀와 사랑에 빠졌고 지금은 북한인권운동에 없어서는 안될 동반자다.
앞으로 천안에 탈북 아동들을 위한 시설을 지어 운영하고 싶다는 김 목사에게 물었다. 왜 이 어려운 일을 계속하느냐고. “처음부터 사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북한 출신 아내를 주신 하나님의 바로 그거 아니겠습니까?”
너무 많은 것을 공개하지 않느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김 목사는 “북한의 실상에 대해 많이 알려지게 되면 대북 인권운동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답했다.<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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