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홍소영 ㅣ 밥 사기
2014-04-17 (목) 12:00:00
언제나 만나면 반갑고 즐거운 대화가 끊이질 않는 친구와의 만남은 내 삶에 있어 큰 활력이 된다. 십 년 전 띠 동갑에 가까운 이모 같은 언니(?)와의 데이트가 종종 생각난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30번 정도 밥과 커피와 선물을 챙겨주시고 예뻐해 주셨다. 언제나 밥값을 계산할라치면 “코 묻은 돈 치워라~” 하면서 손 빠르게 내시고는 나중에 내 나이 되면 사라시면서. 열살 아래 동생들을 만나면서 언제나 건강하고 유쾌하고 즐거운 대화로 2~3분마다 폭소가 빵빵 터지게 여행, 패션, 유머, 경험을 쉴 새 없이 쏟아내며 말이다.
아이 없이 살았던 기억 속에 많은 언니와의 만남이 있었고, 아이의 엄마로 살다 보니 띠 동갑의 동생들과의 만남이 이어진다. 옆집에는 늘 친정 엄마가 맛있는 음식과 김치를 담그시고 아이들을 봐주시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하는 예쁜 가족이 산다. 맛있는 밥을 나누고 집에서 만든 반찬이 오고가고 엄마표 김치를 받을라치면 엄마 생각에 꼭 한 번씩은 눈물을 훔친다. 작년 겨울과 최근에 친구 같은 좋은 지인의 축하 자리에 마음 듬뿍 담긴 거대한 밥상을 받았다. 소녀들처럼 깔깔대며 사진도 찍고 ‘쨍’하며 축하도 나누고 동그랗게 둘러앉은 함께한 친구들이 “내 시간의 주인공들이구나” 생각했다. 높은 산자락을 돌아내려 오는 길에 마음과 생각이 동시에 감사라는 말로 정리된다.
다른 사람의 기쁨이 내게로 와서 또 기쁨이 될 때 거저 받는 마음의 행복이 있다. 즐겁고 신나게 사는 내 나름대로의 방법이랄까? 2년 전에 “한국분이세요?”하며 내 팔을 붙잡고 첫 얘기를 건네던 조카 같은 동생의 금쪽같은 딸의 수상소식도 이미 내 것이다. 트로피가 너무나 가지고 싶었던 아이의 손에 3개의 트로피가 안겨지니 하하 그것도 내 것이다. 지인들의 밥 사기로 인한 두고두고 갚아야 할 사랑의 빚이 가슴 속에 떠억~하니 들어와 앉았고, 빚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고스란히 다른 친구에게로 전달된다. 더 많이 밥을 사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데, 빚지고 잘사는 사람으로 살긴 싫은데. “하하”, 오늘 밥 사러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