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홍소영 ㅣ 소풍
2014-02-27 (목) 12:00:00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보다 더 형제 같은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소풍은 언제나 즐겁고 신이 난다. 지난 한해 체리와 딸기 사냥(?)을 시작으로 감, 대추, 배, 밤나무 밭으로 골고루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다녔다. 과일 천국이자 아이들과 놀 거리가 많은 산호세에 살면서 늘 감사한 마음에 입이 벌어진다. 그날도 각자 맡은 도시락을 가득 싸들고 어떻게 차를 타면 아이들과 어른들이 즐거울까를 고심하여 결정,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따로 타고 아줌마들만 한 차로 두 시간 남짓 깔깔대며 달렸다.
가는 동안 한달 웃음을 족히 다 웃은 우리는 눈물까지 훔쳐가며 유쾌한 수다를 즐겼다. 아줌마들의 수다가 왜 필요한지 운전을 맡은 남편은 알았을까? 도착 후, 온통 주황색으로 뒤덮인 감나무를 보며 “엄마! 왜 나뭇가지가 다 땅을 향해 있어?” 내가 봐도 신기한데 아들 눈에 비친 감나무 숲의 광경은 얼마나 신기했을꼬.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어른 주먹만한 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황홀할 지경이었다. 잠시 후 흥분한 목소리로 아들이 “엄마, 빨개. 온통 집안이 빨개!” 한다. 주인집의 거실이며 방바닥 가득 싱싱하고 빨간 대추들이 누워 있었다. 엄청난 양의 대추를 말리는 광경은 생각해보니 나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욕심껏 감, 대추와 배를 따고 운치 있는 테이블에 앉아 우리는 소풍 나온 그날의 하이라이트 김밥, 떡볶이와 샌드위치로 점심을 했다. 탐스럽고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소풍 때문에 행복해지는 순간이다. 한달 뒤, 다시 밤을 주우러 사라토가의 밤밭으로 출동했다. 투박한 가죽 장갑을 끼고 산을 오르는데 넘어지면 큰일이다. 온통 밤송이 가시밭이라 엄마의 속마음으로 식은땀이 흐른다. 까불대다 넘어지면 큰일인데. 적당히 말라 알맹이가 쏙쏙 나오는 밤을 먹는데 어릴 적 할머니와 까먹었던 묵은 밤 맛이 기억났다. 마켓보다 두 배는 비싼 자잘한 밤을 사오면서 이 한날의 추억이 내 아이 머릿속에 쏙 들어가 주길 바랐다.
대추나무엔 날카로운 가시가 있고, 감나무의 가지가 너무 무거워 아래로 향한다는 것, 노랗게 익은 배는 꼭 새들이 쪼아먹는 것도 이날 아이들은 처음으로 알았으리라.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올해의 소풍을 계획하자. 함께 소풍 가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