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신수진(코윈 회원) l 죽마고우

2014-02-2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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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어렸을적 친구들이 그립고 생각난다. 그리고 보고싶다. 친구들 중에는 한국에서 초중고 대학교 때 알게된 친구들, 그리고 성인이 되어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 어떤 이들은 친구를 통해 친구가 된 절친들도 있다. 나의 유년시절은 운동선수로 활약을 하느라 약15년동안 특수한 환경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게 됐다. 그러다보니 유독히 잊지못할 친구들과의 추억이 있고, 마치 흑백으로 찍힌 옛 영화를 보듯, 지금도 가끔 꿈속에서 그들을 만나곤 한다. 현재의 시간과 장소가 아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간듯 유년의 친구들을 만난다. 그 많은 친구들 중 학창시절 후에 연락이 두절된 친구도 있는가 하면, 고국에 나가서 몇년만에 연락을 해도 며칠전에 만난 것 같은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KS마크가 찍힌 친구도 있다.

그중 고등학교때 만난 친구 중에는 전교에서 내 친구와 나를 모르면 ?? 이라고 할 정도로 소문난 짝패였다. 우리 “이다음에 미국에 가게 되면 가까운 이웃이 되어 살자…”라고 했던 절친이고, 한시간 운전거리에서 살고있다. 많은날을 그 친구와 밤샘을 하면서 지냈고 부모 형제보다도 나를 더 잘 알고 이해해주던 친구였다. 타지에서 운동하느라 힘들까봐 거의 매일같이 메모를 적어 용기를 북돋아줬고, 제과점 빵집보다 더 맛있게 직접 도넛, 카스테라빵, 과자를 만들어다줬고, 내가 좋아하는 분홍색 스웨터를 손뜨개질해 갔다주던 친구다. 영어를 유난히 잘해서 영어 웅변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던 친구 덕분에 나도 영어를 좋아하게 됐고 내게 영어회화를 가르쳐준 친구다.

우리의 나이가 벌써 중년의 중턱에 와있다. 젊고 싱싱했던 우리들의 모습이, 이제는 검은머리 파뿌리 되어가는 중년의 모습이고 뒤늦게 두아이를 낳아 키우고있는 친구를 얼마전에 만나 학창시절처럼 우정을 돈독하게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요리를 유난히 잘하는 친구는 언제나처럼 맛난 요리를 해줬다. 요리뿐만 아니라 모든것에 재능이 많 은 친구 왈, “오래묵은 와인처럼… 친구는 묵으니까 더 좋구나”라는 메시지를 다시 읽어보며 오늘도 내마음은 흐믓했고 친구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낀다. 그리고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는 나만의 보물상자에 죽마고우의 우정을 깊이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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