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신희정 ㅣ 군것질이 하고 싶다
2014-02-19 (수) 12:00:00
중고등학교 시절 하면 방과후 친구들과 학교 주변에서 군것질 하던 추억이 많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옆 문방구에서 파는 불량식품도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학교 주변 분식점나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파는 떡볶이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쌀로 만든 떡볶이는 분명히 아닌 밀가루 떡에 MSG가 듬뿍 들어갔던 학교 앞 떡볶이는 너무나도 맛있었다. 길거리 음식이니 위생이나 영양과는 거리가 멀거라 여겨지지만 그것 때문에 탈이 난 기억도 없고 또한 비만을 고민하지도 않았었다. 용돈의 여유가 좀 있는 날은 허름하지만 다른 반 친구들로 꽉 차있는 분식집에 들어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떢볶이뿐만 아니라 다른 분식을 시켜 먹기도 했다.
방과후 친구들을 우루루 몰고 우리집에 오면 엄마는 얼른 동네 시장 분식점이 가셔서 튀김, 순대, 도너츠, 김밥 등등을 사와 내 방에 건네주시며 저녁 만들때까지 먹고 있으라고 하곤 하셨다. 내가 지금 큰 딸아이를 데리고 슈퍼마켓에 장을 보려 가듯이 엄마도 내가 어렸을적엔 저녁재료를 사러 같이 집에서 멀지 않은 재래시장에 갔었다. 장을 보러 가면 으레 우리는 떡집에 먼저 들려 방금 만든 김이 모락모락나는 가래떡을 손에 쥐고서 장 보는 일을 시작했다. 추운 한겨울 부모님이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오실 때 한번도 빈손으로 오신 적이 없는 것 같다.
추운 겨울이니 따뜻하게 구운 붕어빵은 만들기가 무섭게 동이 나 본인 순서가 될 때까지 기다리셨다가 사 오셨다. 종이봉투에 있는 붕어빵들은 어느새 서로들 엉겨 붙어있어도 , 붕어빵이 아닌 붕어 모양새의 풀빵이 되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먹었었다. 한겨울 귤 맛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내가 있지 못하는 어린시절 추억이 아닐까 싶다. 귤 봉지를 엄마에게 옮겨 받아들고 따뜻한 아랫목에 눌러 앉아 한봉지를 다 비웠다. 유난히 난 동생보다 더 생전 귤 구경 한번 못 한 아이처럼 필사적으로 귤을 순식간에 먹어치웠었다. 가끔씩 예전의 그러한 먹을거리가 그립다. 칼로리 계산 안하고 위생 생각 안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그립다.